1. Intro
2. Mask
3. Saturday Night
4. 악몽
5. You & Me
6. 너만의 산타
7. Changing Partner
8. 갈등
9. Again
10. Mask (part Ii)
11. Saturday Night (part Ii)
12. Changing Partner (part Ii)
13. Outro

 

1995년 여름 가면놀이라는 제목의 댄스곡으로 데뷔해 한국 댄스 뮤직계에 이렇게도 출중한 외모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던 전직 모델 출신의 김병수와 박성준이 함께 하는 중견급 댄스 듀오 벅이 신보를 발표했다. 1997년초 IMF 체제에 굴복해 마음마저 얼어붙었던 혹독한 겨울의 한파를 엄청나게 빠른 BPM과 파워 댄스로 녹였던 맨발의 청춘으로 이들은 나름대로 확고한 자리에 올랐다. 시기 적절한 진취적이고 희망적인 노랫말 또한 크게 어필했던 것 같다. 지난 여름에는 '성공시대'를 타이틀로 한 3집 앨범을 발표했고, 수많은 스타들이 카메오로 출연한 뮤직 비디오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buck'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수사슴 또는 혈기왕성한 젊은이라는 의미에 부합되는 경쾌하고 흥겨운 음악들을 선보였고 소녀 팬들의 인기가 대단했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이번에 이들이 야심에 차게 발표한 AGAIN 앨범은 벌써 4집이다. 꾸준한 활동과 인기에도 불구하고 늘 안타까운 뒤끝을 보았던 이들이기에 이번 앨범은 더욱 더 그 의미가 남다른 것임에 틀림없다. 앨범 얘기로 바로 들어가 보자.
앨범의 제일 처음에 등장하는 Intro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래 민요 아리랑을 테크노, 트립 합 스타일로 변조했을 뿐 더러 각종 이펙트를 첨가해 공들여 만든 것으로 앨범 전체에 대한 기대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어지는 Mask가 바로 이번 앨범에서 일단 홍보에 주력하는 곡이다. 데이비드 린(David Lynn)의 Bye bye mi amor를 샘플링하고 있어 비록 원 곡을 잘 알지는 못하더라도 충분히 어디선가 들어본 곡인 듯 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나중에 들통나고 나서야 슬쩍 허가 받았다는 사실 끼워 넣는 야비함 따위는 용납치 않아서 앨범 속지에 당당히 미리부터 밝혔다. Intro에 등장했던 것과 비슷한 음색의 드럼 루핑(looping)을 사용해 두 곡이 연장선상에서 감상된다. 복고적인 디스코 리듬을 약간 가미하고 거기에 간혹 울리는 펑키(funky) 리듬 기타의 간드러짐이 더욱 곡의 재미를 더했다. 특히, 뮤직 비디오에는 <댄스댄스>의 바로 그 황인영이 게스트로 등장, 예의 화려한 춤 솜씨와 볼거리를 더했다. 그리고 이 곡에는 클론의 '돌아와'에 참여했던 김태영에 버금가는 또 다른 놀라운 여성 백 코러스 애드 리브가 등장한다. 그 주인공은 아마 대부분의 귀 밝은 청자들의 추측마저도 여지없이 무너뜨릴 것이 분명한 정도의 의외의 인물이다. '잃어버린 우산'을 불렀던 우순실이 그 주인공이다. 노래 참 잘 했다.
토요일 밤의 클럽을 그려준 듯한 Saturday night는 그야말로 광란, 그 자체다. 현란한 키보드 연주와 업 비트한 시퀀싱(sequencing)이 곡 전체를 주도한다. 연주 파트에 비해 보컬 파트에는 힘이 덜 실려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긴 한다. 안무 연습 열심히 해서 이 곡 직접 공연하는 모습 좀 보고 싶다. 테크노 비트가 가미되어 있는 화끈한 댄스 넘버로 보기 드문 수작이다. 에벌리 브라더스(Everly Brothers)의 All I have to do is dream이 인트로로 등장하는 악몽도 아이디어가 좋았다. 나른한 느낌의 You & me는 이국적인 느낌이고, 연말연시 특수를 의식하고 만든 듯한 '나만의 산타', 룸살롱 및 가라오케 분위기의 키보드 연주 몇 소절 뒤에 등장하는 강한 비트와 편안한 멜로디 전개가 익숙한 Changing partner, 윌 스미스(Will Smith)와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이 놀다 간 듯한 펑키 넘버 '갈등', 자전적인 가사를 담은 Again 등이 수록되어 있다. 클럽 마니아를 위한 리믹스 버전들도 세 곡이나 수록되어 있다. 열심히 만든 티가 나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