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Ergo
2. 청춘지도
3. 지상에서의 마지막 연인
4. 가을의 용기
5. 한밤의 꿈
6. 하나
7. Baby P

 

미스티 블루의 사계절 연작 EP, 그 세번째 이야기 '가을의 용기' 세상의 모든 소수에게 전하는 헌시


올 봄부터 시작된 모던팝 밴드 ‘미스티 블루’의 사계절 연작은 '봄의 언어'로 시작해, 예의 따갑지만 이쁜 해가 있던 여름을 지나, 어느덧 쓸쓸한 가을에 도달했다. 가을로 향해가는 길목에서 긴 시간 잘 버텨 온 식물들의 깊은 향내가 진동하는 듯한 커버 아트웍이 인상적이다. 거리를 수북히 덮어 쓸어도 쓸어 내려지지 않을 것 같은 낙엽의 색을 계속해서 바라보게 되는 묘한 힘이 느껴진다. 아트웍은 일러스트레이터 '김지윤'이 2005년 데뷔이래 계속해서 담당하고 있다.


잔잔한 허밍 소리의 인트로를 지나면, ‘청춘 지도’를 관통해 앨범 ‘가을의 용기’는 달려간다. ‘청춘지도’는 소위 말하는 윗 세대들에 모든 걸 빼앗겨버린 88만원세대들의 이야기이다. 싸구려라 불려지는 이들에겐 하는 일없이 언제나 빡빡하기만 수요일만 계속되지만, 도통 이 삶을 멈출 수는 없는 법. 이렇게 계속 달려가는 수 밖엔.


3번 트랙은 '지상에서의 마지막 연인'은 농도 짙은 '미스티 블루'식 연가이다. '열병같은 질문 가득 안고서','우리는 지구끝이 어딘지도 모르지만' 사랑하는 한 계속 노력해야하는 사랑에 관한 길고 반복되는 이야기다.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 모를 아리송한 것들에 대한 질문만을 반복하면서 말이다.


앨범의 제목과 동명인 '가을의 용기'는 2008년 가장 인상적인 데뷔 앨범 [private echo]를 발표한 싱어송 라이터 ‘박준혁’의 맛깔스런 기타(본작의 기타 연주는 5번곡을 제외하고 모두 박준혁이 연주했다.) 리프와 퍼쿠션의 조화가 유독 마음을 울리는 곡으로 보컬 역시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창법을 선보이며 앨범 전체에서 다른 분위기를 선사하는 근사한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