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e Kuk Ga
2. Animism
3. 달의 광시곡
4. 無 I
5. 생일
6. 無 Ii
7. 회상

 

한의수의 두 번째 앨범 한의수의 無!
한...의...수.....? 뭐야? 내 이름보다 발음하기가 더 어렵잖아! 지난 1999년 가을의 어느 날, 도착된 CD 한 장과 한 곡의 Demo Version이 담겨 있는 CD-R 위에는 한.의.수.라는 낯선 이름이 쓰여져 있었다. CD 커버는 독일 Sky 레이블이나 현대 음악 전문 레이블의 것처럼 획일적이고 단순한 느낌을 주었다. 앨범 커버 때문이었을까? 아무 생각 없이 첫 번째 작품 'A-Men'을 접하고 난 후의 느낌은 "그는 소외된 음악을 만들고, 나는 그런 음악을 듣고 있다"라는 일종의 동료 의식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준비하고 있다는 새로운 앨범에 대하여 서서히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 CD-R 커버에는 "한의수 2집(Demo) 1. 無(2집 타이틀) Vocal-방준석, Rap-장세준, 임준세, Soprano-이남희(후에 김남희로 정정), 합창-박창일외 4명"이라고 낙서처럼 적혀 있었다. 악필인 내가 봐도 정말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의 글씨는 엉망이었다. 그러나 CD-R에 담겨있는 곡을 들었을 때,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The Phantom Of The Opera'를 듣는 듯한 박진감, 그리고 우리들의 동료 의식을 배반하는 듯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랩과의 융합을 시도!... 또한, 기승전결도 뚜렷했다. 이 곡이 바로 타이틀 곡 '無'에서 후에 '달의 광시곡'이란 최종 제목이 붙혀진 곡이었다. 처음에는 그 속에 들어있는 랩이 좀 거슬렸지만, 이 것은 단지 랩을 무척 싫어하는 나의 편견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그 랩의 매력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곧바로 나는 그를 만나기로 했다. 나머지 곡들이 듣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와의 첫 만남은 나머지 곡들과의 첫 만남이기도 했다. 그에 대한 첫 인상은 수줍은 듯한 얼굴에 겸손함과 고집스러움이 교차하고 있었고, 나를 찾아왔던 뮤지션들이 늘 그랬던 것처럼 그 역시 뮤지션이라기 보다는 평범한 젊은이의 모습이었다. "어떻게 Demo CD-R을 우리 회사에 보내게 되었는가?"라는 첫 질문에, 주위의 여러 사람들이 우리 회사를 추천해 주었다고 했다. 기존 음반사가 긴 곡을 꺼려하기 때문에, 짧은 곡 한 곡만을 데모로 보냈다는 그에게 나는 "우리 회사는 긴 곡을 선호하는데...!"란 말로 일축시켰다. 그의 곡중에는 무려 18분이 넘는 곡이 있었는데, 나는 그 곡이 무척 듣고 싶었다. 양쪽 귀를 쫑긋 세우고 한곡 한곡 들으면서 우리는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