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년세계
2. Shocking Pink Rose
3. Highway Star
4. Everybody Wants You
5. Bubble Shower
6. 만화가의 사려 깊은 고양이
7. 은하철도의 밤
8. 거문고 자리
9. 푸른 비늘
10. Lemon (feat. 민경나)
11. 만화가의 사려 깊은 고양이 (stormy Monday Mix/ Feat. 지선)
12. Let`s Groove
13. 경계인 (featuring Mechury)
 

 

그들만의 `결코 끝나지 않을 이야기`

2001년, `Where The Story End`, 줄여서 `WTSE`라는 조금은 길고도 낯선 이름의 그룹이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그 뜻 "이야기가 끝나는 곳" 은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동화의 끝부분에 자주 쓰이는 어구라고 한다. 이들의, 두 눈을 감으면 눈 속에 보이는 정체 불명의 섬광, 살바도르 달리가 무인도에서 마지막으로 작업하고 싶은 소재로 꼽았다는 `안내섬광(眼內閃光)`이라는 제목을 단 이 앨범은, 모하비, 달파란, 트렌지스터 헤드 등 실력 있는 테크노 뮤지션들의 본격 테크노 앨범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던 90년대 말, 소위 `한국 테크노 태동기`가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에 발표된 앨범이었다.

그런데 이들의 데뷔작인 [안내섬광]은 이전에 우리가 만났던 정통 테크노 사운드들과는 그 방향성을 조금 달리 했다. 오히려 그들이 선보이는 사운드는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소프트하고 멜로디에 중점을 둔 `POP`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매니아가 아니라면 조금은 버거울 수 있는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 팝의 감성을 적절히 녹여내며 `따뜻한 디지털`이라는 색다른 사운드를 만들어낸 세 남자, 그들이 바로 배영준, 김상훈, 한재원이다. 그리고 이 세 사람은 모두 그룹 `코나`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팀의 리더인 배영준은 [그녀의 아침],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마녀 여행을 떠나다] 등 아름다운 멜로디와 세련된 라틴리듬의 `여름 노래`들로 90년대에 큰 사랑을 받았던 그룹 코나의 리더, 한 마디로 `멜로디 메이커`다. 그룹 W의 막내이자 메인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김상훈 역시 2000년 코나 5집에 실린 [Overdrive]를 통해 작곡가로 데뷔한 이후, 박완규, 한경일, 박기영, 박혜경 등 많은 가수들에게 곡을 주며 그 이름을 알려왔다. 팀의 `둘째`인 한재원은 팀 내에서 가장 스타일리쉬하며, 동시에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 특출한 실력을 보여 현재 DJ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99년에 그룹 TGS로 데뷔, 2000년에 코나 5집을 통해 그 실력을 검증 받았다.

이처럼 메인스트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던 세 남자는 매번 대중들의 기호에만 맞추는 가요보다는 자신들이 정말 원하는 음악을 하겠다는 신념아래, 소규모 인디 레이블로서 좋은 뮤지션들을 다수 배출해낸 `문라이즈 레코드`를 통해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당시 그들은 `오버에서 언더로의 회귀`라는 점에서 이한철의 그룹 `불독맨션`과 자주 비교되기도 했다. 그러나, 소규모 레이블이라는 영업/홍보의 한계, 게다가 일반인들은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의 개념조차 모호해하던 시절이었기에, 다시 말해 시대를 너무 앞서간 바람에 비평가들의 열렬한 지지와 찬사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으로 큰 반향을 얻지는 못했다. 그리고 2005년, 그들은 러브홀릭, 이승열, 클레지콰이 프로젝트 등 음악적 깊이와 대중성을 고루 겸비한 감각 있는 뮤지션들을 배출해낸 플럭서스(Fluxus) 레코드와 전격적으로 계약하고, 그룹명 역시 `W`로 개명하여 새 앨범을 발표하게 되었다. 결코 끝나지 않을 그들만의 이야기가 또 다시 시작되려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