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Lost In The Net
2. Shades Of Unconsciousness
3. Chatarsis
4. Introspection
5. Labyrinth Of Dreams
6. In The Shadows
7. Away
8. The King And The Rain
9. Mother Grace
10. Chatarsis(demo Version)

80년대 독일의 거장 헬로윈이 히트한 이후 많은 그룹들이 속속 등장해 프로그레시브 메탈에 버금가는 새로운 조류를 형성한다. 빠른 템포와 유럽인들 특유의 멜로디 라인이 결합된 멜로딕 스피드 메탈은 감마 레이(Gamma Ray)나 크로밍 로즈(Croming Rose), 블라인드 가디언(Blind Guardian), 바이퍼(Viper), 스트라토바리우스(Stratovarius), 앙그라(Angra) 등 2세대 멜로딕 스피드 메탈 그룹들이 대거 등장해 일종의 세력을 형성한다. 이러한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지 당시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그 최전선에는 헬로윈이 발표한 두장의 명반 「Keeper Of The Seven Keys Part I & II」가 있었다. 이후 90년대 후반으로 오면서 멜로딕 스피드 메탈은 3세대 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그룹들이 대거 등장한다. 시크릿 스피어(Secret Sphere), 심포니 엑스(Symphony X), 스카이라크(Skylark), 나이트위시(Nightwish), 섀도우스 오브 스틸(Shadows Of Steel), 화이트 스컬(White Skull), 아발란쉬(Avalansh) 등으로 대표되는 이들 3세대 그룹들의 가장 큰 특징은 멜로딕 스피드 메탈에 프로그레시브나 바로크 등의 요소를 접목해 계승 발전시킨데 있다. 대부분이 유럽출신이고 일본과 유럽을 무대로 활동하는 이들은 결국 헤비메탈이라는 장르 안에 가장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서브 장르를 만들어낸 일등공신들이다.

자동차와 패션 등 디자인 강국으로 불리우는 이탈리아는 예로부터 예술성을 강조한 많은 록 그룹들을 배출했다. 물론 그들 대부분이 70년대 활동했던 PFM(Premiata Forneris Marconi), 뉴 트롤스(New Trolls), 라떼 에 미엘레(Latte E Mielle), 일 볼로(Il Volo), 포르물라 뜨레(Formula 3) 등의 아트록 그룹들이지만 일반적인 록 음악에서도 그들의 예술성은 그대로 드러난다. 90년대 이후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이탈리아 록 그룹들의 음악을 살펴보면 뛰어난 음악성과 방대한 구성력으로 일본과 국내팬들에게 엄청난 돌풍을 몰고왔던 랩소디(Rhapsody)나 깔끔한 멜로디 라인과 드라마틱한 구성을 들려주는 래비린스(Labyrinth), 멜로딕 스피드 메탈과 바로크를 훌륭히 결합시킨 기대주 시크릿 스피어(Secret Sphere), 뛰어난 테크닉과 서정성을 겸비한 이탈리아의 드림 씨어터 엠티 트레모(Empty Tremor) 등 하나같이 자신들의 음악성 이외에 이탈리아 특유의 예술성을 지닌 것을 알 수 있다. 여기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타임스톰(Timestorm) 역시 멜로딕 스피드 메탈이면서도 이탈리아 특유의 예술성을 지니고있는 신인 그룹이다.

이탈리아의 신세대 멜로딕 스피드 메탈 그룹 타임스톰은 멜로딕 스피드에 프로그레시브적인 구성을 도입한 사운드를 구사한다. 2000년 봄에 발표한 데뷔 앨범인 본작 「Shades Of Unconsciousness」는 초반부에 전형적인 멜로딕 스피드 메탈 사운드를 구사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어쿠스틱 사운드가 첨가되어 프로그레시브적인 구성을 지니게 된다. 완성도가 높다거나 탁월한 음악성이 엿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후반부 곡들로 미루어 보아 앞으로 독자적인 장르를 만들어내며 대성할 가능성이 높은 앨범이다. 푸른 색조의 자켓은 무너진 담 저편에 암울한 도시가 보여 현대 문명과 과학에 대해 비판적인 이들의 의식을 암시하고 있다.

앨범을 구성하고 있는 곡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모뎀 끼리 접속하는 소리를 이펙트로 삽입한 오프닝 트랙 [Lost In The Net]는 제목답게 유러피언 멜로딕 스피드 메탈의 진수를 들려준다. 하이 스피드의 더블 베이스 드러밍에 쉽게 귀에 들어오는 멜로디 라인이 교과서 그대로의 사운드를 답습하고 있다. 불규칙한 리프로 진행되는 동명 타이틀 두 번째 트랙 [Shades Of Unconsciousness]는 보컬리스트의 뛰어난 가창력이 돋보이며 바로크적인 요소의 기타와 키보드 연주를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특히 중반부에 등장하는 기타와 키보드의 솔로 대결은 이곡의 맛을 한층 높혀주고 있다. 앨범에서 가장 뛰어난 트랙 가운데 하나인 [Chatarsis]는 따라부르기 쉬운 멜로디 라인과 함께 7분여에 걸쳐 복잡하고 드라마틱한 사운드를 연출해 내고 있다. 브릿지 형식으로 잠시 지나치는 짧은 발라드곡 [Introspection]은 중저음 멜로디의 육중함을 보여주고 8분여의 대곡 [Labyrinth Of Dreams]로 이어진다.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연상시키는 방대한 구성이 압권이 이곡은 멜로디 라인보다는 연주력이나 전체적 사운드 전개가 매니아들의 귀를 자극한다. 바로크적 어프로치로 시작되는 멜로딕 스피드 넘버 [In The Shadows]는 깔끔한 후렴부 멜로디 라인이 듣기 좋으며 중반부 분위기 반전이 기막히다.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펼쳐지는 발라드 넘버 [Away]는 묵직하면서도 처절한 멜로디가 일품이며 중반부 기타 솔로 또한 서정적이다. 발라드와 같은 도입부를 거쳐 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음악성을 마음껏 펼치는 대곡 [The King And The Rain]은 앞서 지나간 [Labyrinth Of Dreams]와 함께 드라마틱한 구성을 극치를 보이는 곡이다. 1분짜리 기타 연주곡 [Mother Grace]는 에필로그 형식의 엔딩 트랙으로 구성 자체는 진부한 느낌이지만 현란하고 방대한 본작의 막을 내리는데는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실질적인 엔딩 트랙을 지나 우리나라 라이센스반에만 수록되어 있는 보너스 트랙 [Chatarsis] 데모 버전은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터프한 맛을 준다.

솔직히 말해 이 앨범이 사실 특별히 음악성이 뛰어나거나 완성도가 높은 앨범은 아니다. 하지만 앨범을 자세히 들어 보면 한곡한곡, 한소절 한소절에 이들의 뛰어난 감각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한 장으로 이들의 미래를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그 가능성에 많은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