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he Seeker  - Cast
2. Anyway Anyhow Anywhere  - Ocean Colour Scene
3. Circles  - Paul Weller
4. Pictures Of Lily  - David Bowie
5. The Kids Are Alright  - Pearl Jam
6. The Real Me  - Fastball
7. Naked Eye  - Unamerican
8. Who Are You  - Stereophonics
9. 5.15 - Phish 
10. Behind Blue Eyes  - Sheryl Crow
11. Substitute - The Who Feat. Kelly Jones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평가를 받아오지 못한 그룹 후는 60년대 중반 영국에서 유행한 젊은이들의 문화 양태인 ‘모드(Mod)'라는 흐름을 대표하던 밴드이다. 네 명의 멤버, 즉 기타리스트 피트 타운셴드(Pete Townshend)와 보컬리스트 로저 달트리(Roger Daltrey), 드러머 키스 문(Keith Moon), 베이시스트 존 엔트위슬(John Entwistle)로 이루어진 이 그룹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말은 바로 ’젊음‘이다. 그것은 ’늙어버리느니 차라리 죽고 말겠다‘는 식의 노랫말로 당시 반항적인 젊은이들의 찬사를 얻어낸 이들의 대표 곡 ’My Generation'을 비롯한 여러 작품들에 담긴 코드이기도 하다. 또한 기타와 드럼 세트를 때려부수는 등의 무대에서의 탁월한 쇼맨십은 이들만의 트레이드마크를 이룬다. 이후 [Tommy]나 [Quadrophenia] 등의 뛰어난 록 오페라 앨범들을 발표하며 ‘아티스트’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굳히기도 했지만, 역시 이들을 특징 짓는 가장 중요한 상징적 요소는 ‘폭발하는 에너지’인 것이다. 이후 등장하는 헤비 메탈과 펑크 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이들의 연주는 많은 록 연주자들의 모범적인 교과서로서 역할 하기도 한다.

이렇듯 ‘위대한’ 밴드에게 가지는 후배들의 존경심이야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것일 터인데, 뮤지션들에게 있어 그 존경심의 직접적인 발로(發露)는 바로 ‘트리뷰트 앨범’이라는 형태일 것이다. 1966년 영국 차트 5위를 기록했던 후의 싱글 타이틀을 제목으로 한 이 앨범 [Substitute]는 영국과 미국의 여러 록 뮤지션들이 참여하여 후의 작품들을 연주한 트리뷰트 앨범이다. 이 앨범의 기획은 35년 간 후의 공연 매니저를 맡아왔던 밥 프리든(Bob Priddon)이라는 인물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는 오랜 기간의 기획과 섭외 끝에 이 앨범을 완성할 수 있었는데, 그의 ‘넓은 발’을 말해주기라도 하듯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이름만 들어도 귀가 번쩍 뜨일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다. 피트 타운셴드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그리고 참여 뮤지션들의 면면에 꽤나 만족했다고 한다. 피트는 이렇게 말한다.
“1년 전쯤 바비가 내게 후에게 바치는 헌정 앨범에 참여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어요. 그는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아티스트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죠. 나는 전부터 이런 종류의 제의를 여러 차례 받았었지만, 바비가 모든 걸 지휘하고 있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안심이 되더군요. 이후 그가 끌어들인 많은 뛰어난 아티스트들에 놀랐고 또 자랑스러웠습니다.”
피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가장 이채로운 것은 트리뷰트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인 후가 직접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밴드가 2000년 12월 런던의 로열 알버트 홀에서 행한 실황 중에서 스테레오포닉스(Stereophonics)의 켈리 존스(Kelly Jones)와 함께 한 ‘Substitute'를 앨범 끝 곡으로 수록하고 있는데, 원 곡의 역동적인 매력이 많이 사그라진 평범한 연주지만 눈에 띄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또 한 명의 의외의 인물은 후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글램 록(Glam Rock)의 황제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후의 작업은 우리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본보기가 되었죠. 소위 말하는 ‘예술론’을 록음악에 결합하여 지적이고 사려 깊게 이용한 것은, 피트가 록의 새로운 ‘언어’에 행한 가장 중요한 기여였습니다. 바지도 멋졌구요!” 그는 특유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트의 ‘67년 작품인 ‘Pictures Of Lily'를 멋지게 불러준다. 흥겨운 로큰롤이 데이빗 보위 스타일의 느른한 발라드가 되어 펼쳐지는데, 앨범을 통틀어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 중 하나다.
그 외에 펄 잼(Pearl Jam)과 유일한 여성 아티스트인 셰릴 크로우(Sheryl Crow), 피시(Phish), 패스트볼(Fastball), 폴 웰러(Paul Weller), 캐스트(Cast)와 스테레오포닉스 등이 참여하여 멋진 연주를 들려준다. 전체적으로 오리지널 곡이 지니는 매력을 잃지 않으며 각 그룹들특유의 스타일을 담아내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참여 아티스트들의 뛰어난 역량을 가늠할 수 있다. 예컨대 첫 곡으로 수록된 캐스트의 ’The Seeker'('70년 작품)는 정제되지 않은 거친 원곡을 헤비한 기타 리프로 이끌어가며 썩 안정된 록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곡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적절한 편곡이 돋보인다. 보다 선율적인 측면을 강조한 오션 컬러 신의 ‘Anyway, Anyhow, Anywhere'도 주목할 만 하고, 절로 발을 구르게 하는 원곡의 분위기와 매력을 잘 살린 펄 잼의 ’The Kids Are Alright' 역시 라이브 특유의 생동감과 함께 멋지게 전개된다. 셰릴 크로우가 해석해내는 ‘Behind Blue Eyes'에서는 솜사탕 같이 달콤한 원 곡의 향기가 그녀의 차가운 듯한 목소리와 잘 어우러진다.
아무리 잘 해도 오리지널을 능가할 수 없다는, 트리뷰트 앨범이 지니는 어쩔 수 없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썩 잘 된 트리뷰트 앨범임에 틀림없다. 옷을 바꿔 입고 새로이 모습을 드러내고는 있지만 각각의 곡들에서 후의 작품들이 지니는 격렬한 역동성과 에너지가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