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1

1. Coco Mentira
2. Macrofarge
3. Take Care Of Your Ass
4. Ugry Shit Need More Paper
5. Cocobat Crunch (feat. Ryuji)
6. Can't Wake Up
7. Guy
8. I Feel Nothing
9. Skimen
10. Bobo (e.p Version)
11. Another Me (power Of G.t.n. Version)
12. Posi-traction
13. Grasshopper (saitama Session)
14. Numeros
15. Grab Your Own Shit
16. I Vs I (saitama Session)
17. Hand Nuts
18. Arana (spider Is Ok) (single Version)
19. Awesome Level
20. Spaghetti

 

CD2

1. Bark At The Moon (ozzy Osbourne)
2. Quit (septic Death)
3. Easy Love Baby (nukey Pikes)
4. I Vs I (cozmoz Mix)
5. Another Me (otona-no-asobi Version)
6. East Field

 

 

그동안 적지 않은 수의 앨범 해설지를 써 왔지만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코코뱃 (Cocobat)의 해설지를 국내에서, 그것도 두 번씩이나 쓰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는 솔직히 조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의 최근작 [Ghost Tree Giant]의 해설지를 썼던 것이 2001년 12월 말 쯤이었으니까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은 셈이다. 코코뱃은 대부분의 노래를 영어로 부르고 있기 때문에 일본 라우드 씬의 터줏대감인 이들의 앨범이 국내에 발매될 가능성이 예전에도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당시인 90년대 중반의 무렵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헤비 사운드의 인기가 잦아 들며 얼터너티브의 물결이 한창 밀려오던 시기였고 따라서 스래쉬 메틀과 하드코어 사이의 어딘가 위치한 음악을 구사하던 코코뱃은 국내에서는 실로 '소수 매니아들만을 위한 밴드'로 여겨져 왔던 것이다. 그러나 90년대 말을 지나 21세기를 맞이한 현재는 다시금 헤비 사운드에 대한 대중들의 욕구가 폭발하고 있는 시점이고 덕분에 코코뱃은 국내에 신작 앨범을 온전한 모습으로 선보이고 급기야 지난 6월 부산 록 페스티벌을 비롯한 국내 공연을 성사시킬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면 이들의 국내 신고식은 무척이나 혹독했던 셈이다. 일본 내에서 소속 레이블 토이즈 팩토리 (Toy's Factory)의 간판급 밴드로 여겨지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수많은 공연과 페스티벌에서 구름 같은 관중을 몰고 다니는 코코뱃의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처음부터 완벽히 제로였고, 따라서 그들의 앨범을 구입했던 사람들은 정말 소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국내의 레이블 담당자도 그다지 큰 상업적 성공을 노리고 해당 앨범을 라이선스로 발매한 것은 아니었을 터이지만 (아마 코코뱃이라는 '큰 물건'을 국내에 처음 선보여 인지도를 높인다는 의도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도 아마 속으로는 높지 않은 판매고에 속앓이를 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상황의 반전은 부산 록 페스티벌을 통해 이루어졌다. 완벽한 '신인'의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최고의 연주와 최고의 정열을 보여준 코코뱃은 그들을 알지 못하였던 많은 헤비 사운드 매니아들에게 강한 인상으로 남게 되었고 이후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들의 이름은 조금씩 회자되기 시작했다 (특히 참여한 여러 팀들 중 단연 수위에 올랐던 그들의 라이브 '사운드 잡기'는 기분 좋은 충격이었다). 이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그들이 아무리 거물이었다고 하더라도 비타협적인 헤비 사운드로 일관하는 이들이 국내에서 적어도 최소한의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면 그것으로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SMAP, 라르크 엔 시엘 등의 멤버들이 국내에서 앨범을 발표하고도 아직 인지도를 별로 높이지 못하고 있는 작금의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흥미로운 점은 코코뱃의 사운드를 놓고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하드코어다' 혹은 '아니다, 헤비메틀이다'라는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쪽이 옳다고 편들기는 어렵지만 (사실 이들의 음악은 두 가지 요소를 거의 비슷한 비율로 섞어 놓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들의 음악을 하나의 '장르'로 말해야 한다면 헤비메틀로 분류되는 편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오래 전 잠시 쓰였던 표현인 '하드코어 메틀'이나 '파워 그루비 메틀'이라는 표현을 써야 할까? 80년대 뉴욕 하드코어 씬에서 영향을 받은 좀더 공격적이고 좀더 원초적인 태도 (attitude)가 스래쉬 메틀의 양식미와 어우러진 그런 사운드를 구사하고 있는 코코뱃이기에 국내의 일부 록 팬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논란은 오히려 코코뱃 멤버들을 즐겁게하는 사건이 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그들이 내한하여 가졌던 인터뷰에서 코코뱃은 자신들의 음악을 '그저 시끄러운 음악'으로 정의한 바 있다).

이 앨범은 그들의 10년 역사를 집대성한 베스트 앨범이다. 베스트 앨범이라면 대충 성의 없이 기존의 앨범들에서 인기 있던 곡들을 짜깁기 한 것으로 인식되지만 코코뱃은 이 베스트 앨범을 통해 그들이 공연장에서 보여주었던 것 같은 엄청난 성실함으로 다시 한번 국내 팬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우선 "Coco Mentira"와 "Macrofarge"는 신곡이며 그들의 대표곡중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Cocobat Crunch"를 비롯하여 "Take Care of Your Ass", "Ugly Shit Need More Paper", "Can't Wake Up", "Guy", "I Feel Nothing", "Skimen", 그리고 "Posi-traction"에 이르기까지 총 8곡이 새로 녹음되어 베스트 앨범이 아니라 한날 한시에 같은 곳에서 녹음된 정규 앨범과 같은 통일된 느낌을 주고 있다. 더욱 기분 좋은 사실은 새로 녹음한 곡들 중 코러스 등 일부분에서 일본어 가사가 들어간 부분은 완전히 영어로 재녹음하는 성의를 보여주었다는 점인데, 이는 말할 것도 없이 '일본어로 노래하는 일본 가수의 음반은 발매가 불가한' 국내의 현실을 전적으로 이해한 코코뱃 멤버들의 '큰 선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실제로 일본반에서는 이러한 재녹음을 거치지 않은 버전이 수록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말하자면 이 앨범은 진정한 '한국반'인 셈이다. 왠만한 보너스 트랙 몇곡 보다 이러한 성의가 더욱 반갑고 고맙다).

이외에도 이 앨범의 선곡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그들의 역사를 '집대성'하고자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데, 예컨데 "Grasshopper"와 "I vs. I"는 정규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은 non-album 버전이고 "Bobo", "Another Me", "Arana (Spider is OK)"의 세 곡은 싱글 혹은 EP에서 추려낸 버전으로 앨범 버전과는 차이를 보인다. 말하자면 이 앨범은 비록 베스트 앨범이라 할 지라도 기존의 컬렉션과 최소한의 차별점을 요구하는 일본 매니아들의 구미에 철저히 맞춘 앨범이라는 느낌이고, 이정도 구색이라면 정말 잘 만들어진 베스트 앨범의 반열에 올릴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초판에 한하여 수록되는 보너스 CD에는 오지 오스본 (OZZY OSBOURNE)의 "BARK AT THE MOON"을 비롯하여 6곡을 더 수록시켜,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이들의 디스코그래피는 다음과 같다.

1992년 4월: Cocobat Crunch (album)
1992년 8월: Struggle of Aphrodite (album)
1993년 11월: Cocobat Crunch (album: re-issue)
1994년 3월: A Tourist Guide to Cocobat (video)
1994년 6월: Footprints in the Sky (remix EP)
1995년 6월: Posi-traction (album)
1996년 12월: Return of Grasshopper (album)
1998년 11월: Tsukiookami (EP)
1999년 12월: I versus I (album)
1999년 12월: Struggle of Aphrodite (album; re-issue)
2000년 10월: Arana (maxi single)
2000년 12월: Michael Brown (video)
2001년 8월: Supercharged Chocolate Meltdown (EP)
2001년 12월: Ghost Tree Giant (album; 국내발매)
2002년 8월: Hammerslave – History (best album; 국내발매)

마지막으로 코코뱃을 즐기는 방법 몇가지를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1. 리더인 테이크-쉬트 (Take-Shit)의 통통 튀는 베이스 기타에 귀를 기울인다.
2. 스래쉬 메틀을 능가하는 단단한 기타 리프에 주의한다.
3. 이들의 음악적 뿌리에 해당하는 하드코어 펑크의 공격성을 찾아 본다.
4.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들의 거의 모든 앨범 커버를 담당한 명 그래픽 디자이너 Pushead의 아트워크를 감상한다.

글 / 노낙경 (rhonark@freechal.com, www.BDBradio.com)
자료제공 / 드림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