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ll About Us
2. No Regrets
3. Jardin Secret
4. I`m Sorry
5. Soul Attraction
6. Hoping She Would Be There
7. Angel Over Me
8. Temptation
9. Sunrise
10. Tendres Souvenirs
11. You Were So Close
12. All About Us (lesson Version)-bonus Track


 

색소폰, 일렉기타등의 파격적인 악기 사용으로 뉴에이지 풍의 감미로운 팝 인스트루멘탈을 완성시킨 Steve Barakatt의 새 앨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소한 이야기들을 더없이 애수어린 선율로 표현한 감동의 작품.

청자들의 일상에 대한, 음악 먼저 찾아든 사운드트랙… 스티브 바라캇 'All About Us'

스티브 바라캇을 위한 키워드를 정공법으로 찾아보니 많이 생각할 것도 없이 뉴 에이지다. 뉴에이지(New Age)는 일명 '명상 음악' '연주 음악'부터 '엘리베이터 음악' '무작(Muzak. 사무실·식당·대기실 등에 무선·유선으로 보내어지는 백그라운드 뮤직)' 과 같은 다소 가치 폄하적인 명칭까지 포함하는 '범 대중적인' 음악 장르아닌가. 대충은 맞을 것이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뉴 에이지라는 말만 가지고선 이 장르의 지형도가 그려지지 않는 분들에게 노파심에서 '왜 그거 있잖아' 투의 예시를 들어 보겠다. 수 년전 아크로폴리스에서의 메가 콘서트로 유명해진 야니(Yani)와 같은 메가-아티스트부터 솔로 인스트루멘틀리스트의 고전적 대명사인 리처드 클레이더만이나 조지 윈스턴, 최근 특히 각광받고 있는 케빈 컨, 유키 구라모토, 앙드레 가뇽등이 모두 뉴에이지 계열의 아티스트들이다. 애초의 뉴 에이지의 목적은 음악의 제1 원칙인 '순수 쾌락'에 충실히 근거하되 아방가르드나 록 음악의 일부 정서에 관련한 폭력성, 선정성을 지양하고 상승감과 영적 충만함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음악을 정치적인 텍스트의 하나로 읽는 사람들에게 뉴에이지가 폄하되는 것은 이런 근거에서 나오는 모양이다. 한편 이들 중, 케빈 컨과 스티브 바라캇처럼 대형 오케스트레이션 등, 다중적 사운드 구조를 통해 거대 서사를 전달하기 보다 단일 악기를 중심으로 보다 소품에 가까운, 서정적인 감성을 전달하는 데 애쓰는 이들의 음악에 대해 컨템퍼러리 인스트루멘틀(Contemporary Instrumental)이라고 명칭하기도 한다.

한편 나에겐 스티브 바라캇에 대한 두 번째 발문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스티브 바라캇과 같은 컨템퍼러리 인스트루멘털리스트를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하는가 적잖게 곤란스러워 매우 소녀적인 에세이로 지면을 채우는 데 그치고 말았다. 지금이라고 달라졌으랴. "사실 스티브 바라캇은 내 '꽈'가 아니다"라는, 다소 냉소적인 어투를 슬쩍 빌어옴으로써 식견 없음에 대한 면피를 해볼 요량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아까도 언뜻 비쳤지만 단아한 '소품'으로 양산되고 있는 수많은 뉴에이지 앨범들 앞에서 굳이 '취향'을 들먹이며 검증되지도 않은 나 자신의 문화적 성숙도를 드러내는 제스처가 가당한걸까? 그렇다면 내 음반 콜렉션에서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조지 윈스턴, 유키 구라모토, 케빈 컨, 하지메 미조구치등의 입지는 어떻게 설명하려고?

나에게 스티브 바라캇과 같은 이들의 음악은 '여가 음악'이다. 혹은 틈새 음악. 표현되지 않으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오감으로 인지되는 세상의 모든 것에 적절한 언어를 부여해야 하며, 하다 못해 일정한 문화권력도 상정해 주어야하기 때문에 종종 피곤해지는 일상에서 여가 혹은 틈새만큼 반갑고 고마운 것이 또 있을까. 그것이 '준(準) 태교음악'으로 바라캇 '꽈'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느냐고 물어 온다면 별로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체감'되는 평화로운 정서에 대해, 무뇌아 음악이라고 기능화하거나 가치저하하지는 않는다는 점은 명시해야 겠다. 무작의 다른 말로 그저 한 귀로 흘려도 좋을 음악이라는 식으로 통용됐던 '라운지 팝' 이란 말은 더 이상 문화적 다원주의에 대한 부연이지 예술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덜한 것을 경멸적으로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퀘백 태생으로 모범적인 클래식과 재즈 학도였던 스티브 바라캇은 열 세살 때, 즉, 퀘백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솔로 협연 이후, 클래식 '헌장'에 대한 독창적 해석을 가하는, 그러나 '순수' 창작의 측면에서는 다소 수동적인 클래식 뮤지션의 입지를 넘어 현대적 감각에 맞는 새로운 클래식을 창조해내는 네오 클래식 아티스트로서 나아갈 것을 결심한다.

유키 구라모토나 조지 윈스턴처럼, 비교적 네오-클래식의 형식적인 음악작법에 충실한 이들과 달리 스티브 바라캇은 보다 적극적으로 록, 팝, 월드 뮤직과 같은 상이한 장르와의 크로스오버를 추구한다. 솔로 인스트루멘틀이라기 보다는 영화 음악 작가들의 음악처럼 스티브 바라캇의 음악이 확장적인 의미를 갖는 것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는 솔로 인스트루멘틀의 '단일주의=순수주의 원칙'을 깨뜨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들린다'. 신세레나 여명같은 일/중 대중 음악 뮤지션들과 평화롭게 연계, 일반 대중음악 작곡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도 그의 이런 코스모폴리탄적인 포용성을 보여주는 일례라고 할 수 있다.

그의 2002년 신작인 에서도 그만의 음악적 노선은 온전하게 발견된다. 재즈, 트로피컬, 팝록은 물론이고 혼성중창단과의 음악적 조우를 통해, 언뜻 고착된 스타일로 오해되고 있는 솔로 인스트루멘틀 장르에 대한 변화를 모색하면서 '위안'과 '명상적 침잠'을 통해 익명의 청자들이 처한 팍팍한 일상에서 아름다운 틈새를 내주어야 한다는 본분을 결코 망각하지 않는다.

일렉트릭 기타와 함께 흘러 나오는 피아노가 일면 80년대 유행했던 '록 발라드'를 연상케 하는 "All About Us"는 드럼, 목관악, 어쿠스틱 기타가 점진적으로 더해지는 멀티 인스트루멘틀 곡이다. 반면에 나른한 색소폰과 뭉근하게 퍼져 깔리는 일렉트릭 드럼이 블루지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No Regret"는 음색이 좋은 재즈 보컬리스트를 곁들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즈 블루스의 향취를 가득 담고 있다.

피아노 하나로 승부하는 "Jardin Secret"은 유키 구라모토나 케빈 컨과 같은 애상적인 사운드의 결을 들려주는 전형적인 솔로 인스트루멘틀 트랙이다. "I'm Sorry" 역시 마찬가지. 이 곡은 제목의 효용성이 상당해 보인다. 변심의 통보나 낭만적 사과가 필요한 경우에 써 먹을만 할 정도로 말이다.

현악 오케스트레이션과 피아노의 앙상블이 네오 클래식한 영화 음악의 서사마저 연상케 하는 "Hoping She Would Be There"는 유장한 맛에 있어서 일품이다. "Angel Over Me"가 지나고 나면 어쩐지 의뭉스럽기 그지없는, 제목도 의미심장한 "Temptation"이 흘러 나온다. 뉴웨이브 풍의 신서사이저가 흐르고 간간이 여유만만한 관악의 추임새가 끼어드는 이 곡은 뒤로 가면서 초월적 풍광을 뿜어내는 플루트와 남성코러스로 확장된다.

"Sunrise"에 이르면 리드미컬한 브레이크 비트위로 정격한 피아노 연주를 시도하는데 소절간의 끊고 늘이기의 감각은 직접 체감해보는 것이 좋겠다. 혹여 너무 급진적이란 생각이 든다면 "Tederes Souvenirs"와 "You Were So Close"의 애상적인 선율 속에서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피아노를 다룰 줄 아는 청자라면 악보를 구해 직접 체화해 가는 과정을 꿈꾸게 될지도 모르겠다. 오버액션이라고? 마지막 트랙을 보라. [Lesson Version]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재판이자 보너스 트랙 "All About Us"는 청자들의 DIY 피아노 연주를 위해 스티브 바라캇이 마련한 '가라오케' 트랙인 셈이다. 팬들을 상대로 피아노 강의도 할 만큼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과 동시에 가르쳐 주고 싶어하는, 그러나 달인이되 교만하지 않아 능동적 교감을 원하는 스티브 바라캇 만의 미덕이 보이는 대목이다.

청자들이 자신들의 일상 어느 켠에서 스티브 바라캇과 함께 할지는 모르겠다. 내 개인적으로 스티브 바라캇을 표현할 수 있다면 그는 '음악이 먼저 온 영화 사운드트랙'이다. 부재하는 영화 텍스트는 상상력이 풍부한 청자들이 자신들의 일상을 고스란히 채우면서 형상화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자신만의 사운드트랙은 있기 마련이니.

글 / 최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