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Intro
2. 좌절
3. 환상 (Digital)
4. Russian Roulette
5. Mr.dream
6. 냅둬
7. Noise
8. 사탄
9. Suicide
10. 광대의 꿈
11. Let Me Be Free
12. 이 세상속에서
13. Lament


 

국내에서 제대로된 인더스트리얼 락을 구사하는 최초의 그룹임을 주창하며 데뷔했다. 이현석3집과 김경호 2집에 참여한바있는 속주파 기타리스트 김태호와 드라마 <가슴을 열어라>와 영화<지독한 사랑>으로 알려진 정우식으로 구성되어있다. 가요계에 흔하지 않은 쟝르를 과감하게 그러나 독선적이지 않게 시도하는 그들의 음악은 그 자체로 관심을 가져볼만하다.

 

이번 지직의 데뷔 앨범 X에는 오랫동안 인더스트리얼 음악에 몰입하여 연구해온 흔적이 역력하게 드러나 보인다. 말하자면 인더스트리얼 뮤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음악적 표현들이 이 한 장의 음반 속에 농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더스트리얼 뮤직은 연주인의 연주 기량에도 물론 차이가 나겠지만, 음악적 아이디어가 얼마나 많은가, 스튜디오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음을 만들고 가공했는가에서 승부가 난다. 지직은 다행히도 음악적 아이디어가 매우 풍부한 밴드이며, 또한 그 많은 아이디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무려 1년에 가까운-현실적으로 우리 나라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시간을 스튜디오 작업에 투자했기 때문에 수준높은 음반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공장의 펌프 소리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연주 Intro만 들어보아도 이들의 비범함은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좌절’은 춤추기가 곤란할 정도로 빠른 BPM(Beat Per Minute)을 가진 곡으로 베이스와 기타를 제외한 소리가 노이즈가 섞인 기계음으로 이뤄져 있으며, ‘환상’은 제목과 어울리게 트립 합적으로 시작되다가 후반부에 보컬의 샤우팅을 중심으로 분위기 쇄신(?)을 하는 곡이다.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내정된 ‘러시안 룰렛’은 제목이 암시하듯 절대절명의 상황을 노래하고 있는데, 그루브한 리듬을 바탕으로 마치 람스타인의 음악을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멜로디컬한 보컬 라인 위에 냉소적인 보이스는 이 노래의 특성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미스터 드림’은 마치 고딕 메탈을 듣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곡이며, ‘사탄’은 강력한 스래시 리프를 바탕으로 보컬의 하이톤 사우트와 데스적인 그로울링이 조화를 이루는 매력적인 곡이다.
‘광대의 꿈’은 어쿠스틱 발라드로 듣는 이로 하여금 당혹스럽게 하는 곡이다. 어쿠스틱이라는 것 자체가 인더스트리얼과는 반대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백 코러스로 여성 3인조 보컬 그룹 에코가 참여하고 있어서 그 이질적인 느낌은 한층 더 하다. 하지만 이 곡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곡들이 인더스트리얼이라는 주제 하에 고르게 수록되어 있다.
최근 들어 인더스트리얼 록 뮤직의 대표주자 마릴린 맨슨이 그 동안 불모지였던 국내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고, 람스타인, 나인 인치 네일스 등 고참 밴드들의 주가도 예전에 비해 많이 올랐다. 때문에 국내에는 인더스트리얼 신이 어느 정도 형성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따라서 본격 인더스트리얼 밴드인 지직의 등장은 붐이 조성되고 있는 인더스트리얼 신을 한층 견고하게 해줄 것이라 예상된다. 문제는 시체말로 총대를 맨다는 것인데, 그만큼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의외의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