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 White 시리즈의 발레들은 현대 댄스의 대부격인 지리 킬리안의 매혹적인 스타일과 창의적이며 대담한 안무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그의 안무는 생명력이 넘치며 그의 타고난 음악성이 자연스럽게 표현되어있어 댄서와 음악이 마치 하나가 되어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대예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일반인의 접근이 어렵다는 점일 것이다. 고전예술과 달리 현대예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피카소의 큐비즘을 더욱 잘 이해하려면 극히 ˝정상적˝ 이었던 그의 초기 작품들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지리 킬리안의 발레들 또한 현대무용이라는 점에서 볼 때 쉽게 이해를 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따르는 작품들이다. 하지만 현대예술의 묘미라고도 할 수 있는 점이 있는데, 이것은 관객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해가 안 가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신의 지식 및 사고방식을 토대로 합리화, 혹은 이해를 하도록 노력하기 때문이다.
킬리안은 모차르트나 바하 같은 고전 작곡가들의 음악을 선택하여 그 나름대로 이런 음악에 부합하는 안무를 구성하였다. ˝Six Dances˝에서는 모차르트의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댄서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 마치 꼭두각시 인형들을 보는듯한 인상을 준다. 또한 ˝Sweet Dreams˝에서는 사과가 주 모티브가 되었는데, 사과는 흔히 금단의 열매에 자주 빗대어 지는 과일이기도 하다. 금단의 열매와 연계되어 원죄를 떠올릴 수 있는데, 과연 댄서들은 고뇌스러운 듯한 움직임과 표정을 많이 보여준다. 실낙원과 원죄로 인한 고통. 이처럼 킬리안의 작품들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의 작품을 해석함으로써 그가 이해한 모차르트나 바하의 음악을 재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 아닐지 모르겠다.


화면비율 : 1.78:1 와이드 스크린, Enhanced For 16:9 TVs
음 향 : 돌비 디지털 스테레오
지역코드 : 지역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