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De-Sac

1. 회귀본능
2. Self Pollution
3. Cinematique

Tomorrow

4. 산호초
5. 환상의 거울
6. Love Song

Bottari

7. Beautiful Life
8. 미소년

In-Flower

9. With You
10. Ocean
11. Flower

 

2000년대 초반, 홍대 클럽가에서 가장 돋보이는 음악성으로 매니아들의 눈길을 끌었던 4팀의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곡들이 담겨진 앨범. 2001년 앨범 발매 레코딩 이후, 정식으로 유통되지 않다가 2005년에야 비로서 세상의 빛을 보게된 희귀 앨범이다. 지금은 모두 음악활동을 접었지만, 이 4팀의 음악은 홍대 인디씬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소중한 추억이자, 한국 록음악의 아쉬운 기억이다.

앨범의 처음을 장식하는 'Cul-De-Sac'은 궁지, 곤경, 막다른 길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이름이다. 이들은 'Cul-De-Sac'을 '예술적 궁지'라는 의미로서 해석했다. 또 예술적 한계에 부딪히더라도, 연구와 끝없는 노력으로 그 궁지를 벗어나 한 단계 높은 음악을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무척이나 열정적이며 감각적인 락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

투머로우는 포스트 글램락을 추구하는 팀으로 95년에 결성되어 활동 중이던 No way가 2001년 4월 Tomorrow로 새로운 출발을 하였던 팀이다. '천만의 말씀이다'라는 뜻의 No way였지만, 사람들이 '길이 없다, 너희는 막혔다'는 식으로 팀이름을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 '내일'이라는 보다 긍정적이고 밝은 느낌의 이름으로 바꾸었다는 Tomorrow. 그들의 음악은 당시 세련된 연주와 송메이킹으로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은 바 있다. 현재 팀의 보컬 박용국은 The Glam이라는 팀을 결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금의 Glam이 있기까지의 발판이 되었던 Tomorrow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보따리는 2000년 초 홍익대학교 밴드 '블랙 테트라'에서 활동하던 보컬 김주희와 드러머 이관욱이 뜻을 모아 결성하였던 팀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모던 락을 가장한 모든(모듬)락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밝은 보컬의 역량을 한껏 살린 분위기가 톡톡튀는 음악으로 표출되고, 원래부터 LA Metal을 좋아하던 멤버들이라서인지 연주 부분에서는 강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여성 보컬 특유의 신선하고 풋풋한 사운드가 느껴지는 모던락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앨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In-Flower는 'Tomorrow'의 박용국과 함께 'No Way'라는 팀에서 활동했던 기타리스트 김이성과 김현, 이승현 이렇게 3인조로 출발한 록 그룹이다. 2001년 베이시스트 최수원을 영입하여 비로서 밴드의 라인업을 결성하게 된 이들은 보다 실험적이고 깊이 있는 록 사운드를 선보이며 역시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던 팀이다. 앨범에 수록된 'Ocean'과 같은 곡은 지금 들어도 놀라운 감각과 번뜩이는 재능이 확인되는 아쉬운 곡이다.

아쉽게도 앨범에 참여했던 4팀 모두는 현재 단 한 그룹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음반은 90년대 중후반의 후끈했던 홍대 클럽가의 거품이 빠지고난 이후의 담백한 인디씬을 담고 있어 그 의미를 지닌다. 보다 진지하고 색깔있는 음악으로 몰두했던 실력있는 인디 씬의 단면을 그대로 담고 있는 소중한 기억의 단면이라 할 것이다. 지금의 맥이 빠져버린 채 다소 심심해져버린 인디씬과는 또 달랐던 당시의 정서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