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하늘
2. 밤에 떠난 여행
3. 혼자만의 풍경
4. 피아노가 된 나무
5. 다시떠난 여행
6. 그 후
7. 강선생 블루스
8. 뜬구름
9. 소란스런 날
10. 슬픈 꽃



임인건, 이원술의 ‘동화’

매우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재즈란 음악은 연주하는 모든 음들을 악보에 기록해 두지 않는다. 대략의 윤곽만이 정해져 있고 이를 바탕으로 연주자는 자율적으로, 즉흥적으로 음들을 만들어 나간다. 그러므로 재즈 연주자가 한 곡을 연주할 때 우선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은 그 곡에 대한 관점이다. 연주되는 모든 음들을 악보에 기록해 두는 고전음악에서도 그 기록된 음들이 실질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연주자의 해석이 필요할진대, 그보다 여백이 훨씬 많은 재즈 악보에서 연주자의 해석, 심지어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므로 연주자가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 이상일 때 그들은 해석 혹은 관점을 공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주에는 균열이 발생한다. 모든 음들이 미리 기록되어 있는 고전음악에서 연주자들은 공통된 해석을 만들어내지만 재즈 연주자들은 즉흥적인 연주를 통해 조화로운 대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 악보로 일일이 쓰여 있지 않은 여백을 그들은 조화를 이루면서 즉흥적으로 채워 나가야 한다. 이때 그들은 상호 침투한다. 그리고 서로에게 ‘동화’(同化)된다.

피아니스트 임인건과 베이시스트 이원술은 재즈동네에서 서로 알고 지낸지 20년이 넘은 막역한 사이다. 하지만 그들이 연주자로서 함께 작업한 것은 이번 앨범이 처음이다.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작품을 굳이 꼽자면 임인건의 앨범 [올 댓 제주 All That Jeju]인데 이 앨범에서 이원술은 연주자가 아닌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그것도 2015년, 최근에 와서야 이뤄진 것이다. 왜 두 사람의 공동 작업이 그토록 늦게 이뤄졌냐는 질문에 임인건은 “지금까지 우리들은 음악을 바라보는 방향이 서로 달랐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