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ll In The Golden Afternoon

2. The Awakening

3. Stargazer

4. I Wish

5. To Love, Two Night

6. Moments



[맑게, 투명하게, Your soul thresher]

‘루그나사드’의 신보 는 당혹스럽고 문제적인 상황을 던지고 있다. 이것은 익숙하지만, 현재의 시점까지 지속되리라고 상상해 본 적 없는 풍경을 제시한다. 음악적 시간의 흐름보다 공간의 변화와 채색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대체 이게 뭐야?’라는 질문은 이 음악이 유통되는 장르적 규범에 익숙하지 않은 이에게서 나올 수 있는 경탄사이다.

음악을 듣기 전 대부분의 경우 느긋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데, 루그나사드가 제공하는 음악적 공간은 청명했다. 그것은 ‘여수 밤바다’나 ‘강남’같은 일상적 공간이 아니었고, 미세하게 비틀리고 조정된 공간이었다. YOON 베이스의 칼 같은 서스테인으로, 감정의 처리와 기교가 잘 정렬된 E♥ILY의 보컬로, 기타리스트 TIGO의 음원과 밴드 모두를 구원하는 슈퍼플레이로, 앨범은 왕창 신나고 또렷하다. “TV에서 방영하는 만화”라고 할 때 느껴지는 상징적인 컷들 - 하늘을 향한 공간, 빛을 품고 있는 주인공에의 급작스러운 클로즈업, 전 우주적 빛의 창대 - 이런 것들이 좌르르 쏟아졌다. “아아, 이... 이것은 말로만 듣던 동인 음악...?”

사람들(그러니까 대중)이 듣지 않는 서브 컬쳐의 영역이라 외면해 온 곳에서 인간의 추구가 존재하고, 서로가 정렬하는 룰들이 생겨나고, 이러한 음악적 성취가 오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당혹스럽다. 우주적 소년/소녀, 현대에서는 불가능한 영웅적 사건의 회오리, 피울움 계곡에서 불의 혓바닥을 거대한 날갯짓으로 잠재우는 매 한 마리 같은 이야기들이 벌어지는 공간이 조밀하게 직조되어있다. 루그나사드의 앨범 이 지닌 풍성함에 기대어 글에다가 무슨 글을 써도 다 말이 될 것만 같다. 이 앨범의 단점이라면 트랙이 6개라서 눈을 감고 한참 창공을 날던 청자에게 더 긴 여정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간결한 서스테인과 공간적 진행은 장르적 특징이며, 이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구현했느냐가 문제이지 그것 자체가 문제일 수 없다.

장르적 규범과 밴드의 지향을 통해 루그나사드는 좋은 그림을 그렸는가? 앨범은 즐거웠고, 신났고, 종종 벅찼다. 잘 계산되어있고 그 계산의 정묘함이 아릿하다. 여섯 개의 플레이리스트가 명멸하고 나면 ‘오늘도 이렇게 하나의 극의를 엿보는 구나’의 감정보다 ‘이 여행을 좀 더 멀리, 좀 더 높이’의 감정이 솟는다. 물론 다시 1번 트랙으로 되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간절히 바래왔던 너의 두 손을 잡고 싶어서.

-----피코테라 (단편선과 선원들 매니저, 문학평론가)



루그나사드 [All In The Golden Afternoon]

이러한 컨셉의 음반을 '진지'하게 듣는 것은, 특히 일본의 서브컬쳐 씬에서 파생된 일련의 문화적 코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익숙치 않은 경험일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러한 코드를 습득하고 있는 사람들 역시 진지하게 듣는 것이 익숙치 않을 수도 있다. 한편으론, 지금의 (일본식) 서브컬쳐란 적지 않은 경우 '모에'로서만 소비되기 때문이며, 또 한편으론 이들이 (이렇게 불러도 좋은진 모르겠지만) 일본 출신의 '원조'가 아닌 '국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특히 이런 스타일의 음악이 적절한 규모의 '씬'을 형성하고 있지 못한 현재의 상황에선 선입견 내지는 인식의 지평선처럼 작용할 수 있다.)

어쨌건 음악은 '놀이'인 까닭에, 진지하지 못하게 받아들여지는 자체를 비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조금 더 음악에 관심이 많고, 귀가 밝은 청자라면 이 음반에 깜짝 놀랄만큼 유려한 멜로디와 장르의 규칙을 반영하는 동시에 유치하게만 들리진 않는 가사, 무엇보다도 완성도 높게 짜여진 어레인지에서 전해지는 기쁨의 감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첨언하자면, E♥ILY의 과장되지 않은, 세련된 보컬도 매력적이지만 TIGO의 '로꾸' 기타를 빼고선 이 음반을 절대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TIGO는 이 음반에서 어지간한 록 밴드도 제대로 맛을 살리기 힘든 쫀득하고, 장르 특유의 가벼운 맛을 살리면서도, 헤비한 기타 플레이를 팝적인 멜로디 사이로 '이거나 처먹어'라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쑤셔넣는다. 물론 그것은, 영롱하게 빛나는 신서사이저 선율과 어우러져 신선한 맛으로 베어난다.)

이 음반의 소구층은 기본적으론 좁겠지만, 관점에 따라선 아주 넓기도 할 것이다. 그만큼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스타일의 음악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록'의 도(道)를 탐구하며 사이키델릭의 세계에 빠져있거나, 애니멀 콜렉티브나 갓 스피드 유어 블랙 엠페러 같은 걸 들으며 '힙'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이들이나, 그냥 이도저도 아니게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고 있는 이들, 하지만 사실은 유년기에 한번 쯤은 루나씨나 각트나 히데 같은 록커들에게 빠져 살아본 흑과거가 있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단편선(음악가, 단편선과 선원들 멤버)



도대체 ‘동인음악’이란 무엇일까.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선 ‘오타쿠-서브컬처에 유기적으로 간섭하려는 의도가 있는 음악’이란 표현을 종종 쓰곤 하지만, 그 공통분모가 상을 잃어가는 지금은 동인 행사에 출몰하는 앨범들을 살펴보아도 모에 그림 자켓 이외의 공통된 맥락을 찾기가 어렵다. 결국 ‘내가 동인이라면 동인’ 수준을 넘는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워진 상황. 이렇듯 그 범주 자체가 애매모호해진 상황에, 루그나사드의 이번 앨범은 굳이 익숙한 오타쿠들의 언어를 내세우지 않은 채 그 틈을 파고들어 각자의 밴드맨으로서의 경험과 기억을 짜맞춰, 새롭게 어필하고 있는 모양새. 루그나사드라는 밴드와 이 앨범이,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 우리 손을 떠난 후의 새로운 서브컬처로 작동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RMHN (하드코어 아티스트, Hypermess Recordings)



난 오타쿠들이 무섭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의 세계와 언어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옛날놈이 "음악은 만국 공통의 언어"라고 한 바가 있다.

루그나사드가 어떤걸 보고 음악을 만드는지는 내 알 바 아니다.

하지만 이런 박력과 멜로디라면 이리마치도 감수하고 후리츠케를 외우며, 오리타타미를 할 만 하지 않은가?

오늘밤은 사쿠라를 맞으며 루그나사드의 I Wish를 듣고싶다..

하하하 저 단어들을 이렇게 쓰는게 맞나요^^;

----권용만 (애국자, 기성세대)



나는 10대 중반에 일본 비주얼계 밴드를 한창 들었다.

애초에 그것은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나 캐릭터송을 통한 일본음악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비주얼계 밴드들의 화려하면서도 진지해보이던 음악들은 나의 사춘기 정신을 증폭시켰고 더불어 나에게 처음 밴드음악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비주얼계의 음악과 이미지는 나의 마음의 고향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나에게 루그나사드의 음악은 다소 익숙하게 들리며 그때의 예민한 감성을 되새기게 한다.

현대 한국의 어떤 청소년들도 루그나사드의 음악을 들으며 격해진 감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새벽에 펜과 타블렛을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자란 성인들이야말로 서브컬쳐를 진흥시키는 주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자혜 (레진코믹스에서 "미지의 세계" 연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