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lease
2. In the Night
3. Manic riff
4. Isolation
5. Crash and Burn


스물 여섯의 12월 7일, 남자친구와 헤어진 날. 일이라도 바쁘면 잊기 쉬웠으련만, 불행히도 주35시간 노동 시간을 보장 받는 은행원인 저는 남아도는 시간 속에 넘쳐나는 잡념을 주체할 수 없어 화가 치밀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스무 살 때처럼 다시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내가 다룰 줄 아는 악기는 드럼 뿐이니까, 함께 할 멤버를 찾아야 하잖아요. 한 2년 동안은 인터넷 이곳 저곳을 뒤졌을 거에요. 우연히 사운드클라우드에서 내 사랑 틴에이지 팬클럽, 아니 프라이머리 파이브 같은 느낌이 물씬 나는 음원을 들었어요. 데모에서 느껴지는 진한 락의 향기. 본토 느낌이 물씬 난다 싶었더니, 진짜배기 스코티쉬 스티븐을 그렇게 만났어요. 다행히도 드럼은 공석, 그 자리를 야무지게 꿰차고 들어가 드럼, 베이스, 기타의3인조 밴드가 만들어졌어요.

무대에 설 생각을 하며 설레던 차에, 베이시스트가 고국으로 돌아간다고 했어요. 베이시스트가 필요했죠. 레코딩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10년지기 동네 친구인 허정욱이 떠올랐어요. 베이스 연주자를 많이 알 거라 생각하고 노래를 들려줬더니, 본인이 베이스를 하겠다며 그 자리에서 베이스를 하나 사버리던데요.
그런데 이 멜로디엔 코러스 보컬이 또 필요하거든요. 이번에는 스티븐이 목소리는 물론이요 예쁘고 착하기까지한 현민 언니를 데려왔어요. 4인조 밴드 '리아스코'는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스티븐의 신박한 기타에 속이 꽉찬 민 언니의 코러스 그리고 미묘한 뽕끼가 흐르는 허정욱의 베이스 그리고 제 백치 드럼은 이상하게도 잘 어울려요. 모여서 합주하면 신나고 곡을 완성시켜 가면 뿌듯합니다. 행복을 노래하는건 아니지만, 헹복한 음악이에요.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연주하고 있거든요.

이제 첫 발입니다. 리아스코의 첫 EP, 앞으로도 신나게 더 좋은 음악 보여드리겠습니다.
글/윤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