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he Lifting
2. I've Been High
3. Reno
4. She Just Wants
5. Disappear
6. Saturn Return
7. All I Want
8. Imitation Of Life
9. Summer Turns To High
10. Chorus & The Ring
11. I'll Take The Rain
12. Beachball

 

기억하는가? 90년대 초반 전세계 MTV와 라디오 에어플레이를 뒤 흔들며 이해가 안되는 난해한 가사에 미친듯이 몸을 흔들어 대는 Out Of Time]이전에 우리는 이런 음악을 접해본 적이 없었다. 록이라는데 헤비록도 아니고, 비리티쉬 하드록 스타일도 아니고, 경쾌한 뉴 웨이브도 아니고, 미국 흙냄새 물씬 풍기는 어메리칸 록 스타일도 아니고, 우리의 고정관념에 별로 록 같지 않는데? 특별히 록 같지도 않은 이런 음악 스타일 - 외지에서는 이런 음악을 얼터너티브라 했다. 90년대 음악계 최고의 인기단어(?) 얼터너티브란 단어를 유입케한 밴드가 바로 여러분이 지금 듣고 있는 R.E.M.인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0여년 전부터 이들은 스타였다. 보편대중적이지 않았지만 이들은 스타였다. 조그만 미니밴에 몸을 꾸겨넣으며 전미 대학을 순회하는 컬리지록의 총아, 레이건 보수체제에 염증을 느끼던 대학생들에게 이들은 마이클 잭슨을 뛰어넘는 경외의 대상이었다. 넘치는 카리스마의 주인공 마이클 스타이프와 피터 벅의 경쾌한 스트로크 주법의 기타 하나로 이들은 단번에 관객을 사로잡았다. 난해하고 심오한 가사를 정신병자의 몸부림보다 더 심한 액션을 펼치며 천연덕수럽게 노래하고 연주하는 이들에게 83년의 롤링 스톤지는 Michael Jackson, Police, Toto 등의 앨범을 제끼고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한다.

바로 그 앨범이 [Murmur] - 칼리지록, 미국 인디록계의 전설의 명반이자 그들의 full-length 데뷔 앨범으로 마이너 배급망이란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인 10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거대한 전설의 첫 발을 시작했다. 살인적인 투어와 앨범 작업으로 쉼없는 나날을 보내며 [Reckoning], [Lifes Rich Pageant]를 발표한다. 그리고 1987년 [Document] 앨범을 발매하며 그들의 위치는 정점에 올라섰다. 공화당 체제에 대한 냉소적이며 신랄한 비판으로 국내에 정식 소개되진 않았지만 이 시기 쯤 국내의 소수의 록 매니아 사이에서는 이들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들은 많은 메이저의 섭외들 중에서 워너를 선택하며 워너에서의 첫 앨범 [Green]을 발표하며 싱글 [Stand]를 빌보드 싱글차트 4위에 오르게 하는 기염을 토하며 투어를 감행한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달라진 자신들의 위치와 음악적 노선에 대한 충돌로 중도에 하차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은둔하며 바로 새 앨범 작업에 몰두하여 산고의 노력물인 90년대의 역사적 명반 [Out Of Time]을 발표한다. 여러가지 실험적 요소를 포함하여 단순 포크적 이미지 록 사운드를 탈피하여 노련한 고나록의 사운드를 실은 이 앨범에는 90년대의 송가 Losing My Religion만으로도 모든 것을 대변한다. 피터 벅의 전매특허인 출렁이는 만돌린과 어쿠스틱 기타 위에 연전히 냉소적인 마이클 스타이프의 보컬이 더 이상 이들을 대학가의 영웅이 아닌 대중적 영웅으로 이들의 입지를 굳건하게 한다.

이 거대한 앨범의 여세를 몰아 이들은 [Automatic For The People]을 발표하며 싱글 [Drive]와 우리나라 드라마에도 쓰여 잘 알려진 [Everybody Hurts]를 히트시킨다. 그후 94년 R.E.M. 답지 않은 지글거리는 그런지풍의 기타 사운드가 담긴 인상적인 히트싱글 [What`s Freequency Kenneth?]가 담긴 [Monster]를 발매하며 순항을 계속하나, 96년 [New Advanture In Hi-Fi] 발표후 20년간을 동거동락했던 드러머 빌 배리가 탈퇴를 선언하며 밴드의 최고 위기를 맞는다. 그러나 새로운 멤버 영입 없이 3인조 편성으로 98년 [Up]을 발표한 후 3년만에 발표한 새 앨범이 지금 여러분이 듣고 있는 [Reveal]이다.

새앨범 [Reveal]에는 한번만 들어도 R.E.M.이란 것을 느낄 수 있는 고밀도의 완성도 높은 12곡의 트랙들이 담겨있다. 오프닝으로 포문을 여는 The Lifting부터 10여년 전의 R.E.M. 전성기의 느낌을 전해주고 있으며, 특히 첫 싱글 Imitation Of Life는 발매 전부터 호주, 뉴질랜드 차트에서 맹위를 떨치며 [Out Of Time]의 전설을 다시 한번 재현할 수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컨셉트 앨범은 아니지만 각 곡마다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와 마치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닌 한폭의 그림을 그리는 듯한 이들의 음악은 한곡의 히트 싱글의 가치보다는 음반 전체를 감상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Pixies, Pavement, The Smiths도 이루지 못한 음악적, 대중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몇 안되는 의식있는 록밴드로 이제 다시금 21세기의 록의 역사를 그려나갈 그들의 위대한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