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랑 그리고
2. 사랑하고 싶어 다시
3. 그대여
4. 사랑 안할래
5. 선물
6. Propose
7. Happy
8. Together
9. 당신을 믿어요
10. 내가 말했잖아


1980년 해변가요제를 모태로 한 제3회 젊은이의 가요제에 등장한 5인조 대학생 혼성 록그룹 로커스트는 이 대회의 슈퍼스타였다. 캠퍼스밴드 최고의 여성보컬로 회자되는 로커스트의 리드보컬 김태민의 폭발적인 가창력은 진정 발군이었다. 대상은 물론 가창상까지 휩쓸었던 그녀의 명곡 ‘하늘색 꿈’은 당시 광주민주화항쟁으로 얼룩 진 젊은이들의 어두운 마음에 한줄기 파란색 희망을 선사했다. 1997년 박지윤에 의해 랩을 가미한 댄스 풍으로 리메이크되었던 이 노래는 당시 가요차트 최상위를 점령하며 불멸의 생명력을 획득했었다. 하지만 오리지널 가수 김태민은 1981년 록밴드 ‘사철메뚜기’란 이름으로 단 한 장의 앨범을 남기고 미련 없이 평범한 대학생으로 돌아갔었다.
그렇게 우리들 곁을 떠났던 그녀가 생애 첫 독집 앨범 <사랑 그리고>를 들고 돌아왔다. 음반으로 이야기 하자면 무려 29년만의 귀환이다. 그녀에겐 ‘하늘색 꿈’외에도 지금도 대중적 사랑을 받는 <내가 말했잖아>, <그대여> 란 히트곡들이 더 있다. 막 발표되어 따끈따끈한 김태민의 독집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그녀에게 쉽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트로트 가수로 변신을 해야 된다는 제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캠퍼스밴드 최고의 여성보컬출신인 그녀는 현재 자신의 느낌을 그대로 녹일 수 있는 발라드를 선택하며 넘지 말아야 될 선(?)을 지켰다.
실제로 이번 앨범에 담긴 10곡은 듣기에 편안하고 가슴을 파고드는 어쿠스틱 기타 선율이 감성을 더하는 발라드풍 노래들이다. 타이틀 곡 <사랑하고 싶어 다시>등을 비롯해 신곡은 총 8곡이고 히트곡 <내가 말했잖아>와 <그대여>는 앨범분위기에 맞게 다시 리메이크했다. <하늘색 꿈>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실리지 못했다. 신곡들은 모두 7080공연장에서 만난 록밴드 휘버스의 기타리스트인 전달현의 창작곡들이다. 김태민은 현재 자신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하기위해 <사랑하고 싶어 다시>등 3곡의 작사에 참여했다.

첫 트랙 <사랑 그리고>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쭉 들어보면 하나같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랑>노래임을 감지할 수 있다. 록커였던 그녀가 이제는 고단한 삶에 지친 중년의 상처받은 감성을 어루만지는 추억과 낭만의 치유사가 되어 돌아왔다는 이야기다. <치유사>라 표현한 것은 좋았던 시절의 사랑이나 첫사랑의 추억을 반추하게 하는 따뜻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대중적인 멜로디를 담보한 각 트랙들은 김태민의 녹슬지 않은 가창력으로 귀를 쫑긋거리게 한다. 노래를 듣다보면 진정 그녀가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사실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또한 왠지 낯설지 않은 신곡들은 처음 듣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빠지게 하는 마력까지 발휘한다. 어쿠스틱 기타 인트로가 단박에 친근감을 더하는 첫 트랙 <사랑 그리고>와 <사랑하고 싶어>까지 두 곡을 들었다면 절대로 이 음반의 모든 트랙이 끝날 때까지 감상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특히 드라마틱한 구성이 영화나 드라마의 OST를 연상시키는 5번 트랙 <선물>과 김태민이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트랙이라는 6번 는 이 앨범의 필청 트랙으로 추천하고 싶은 아름다운 멜로디가 가슴을 파고드는 노래들이다. 4번 <사랑 안할래>와 7번 는 록커 출신 김태민의 면모가 느껴지는 리드미컬하고 발랄한 분위기가 기분전환까지 시켜준다. 한마디로 앨범 전체 수록곡 중 그냥 흘려버릴 지루한 트랙은 하나도 없다. 또한 들을수록 더욱 다가오는 친근감은 이 앨범의 최대 매력일 것이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느낄 무료함을 달래줄 대상으로 음악보다 좋은 것은 없다. 그녀의 노래는 혼자듣기에 제격이다. 추억을 먹고 사는 중년세대는 새로운 것을 찾기 보단 과거에 좋아했던 것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동시대의 가수가 자신의 세대를 대변해주는 느낌과 감정을 담은 새로운 노래로 진보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팬들 또한 기꺼이 함께 진보하고 발전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녀의 노래는 많은 7080세대들에게 친구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