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한테 비밀 - 엄마한텐 비밀이야
2.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 냄새
3. Soul Park (쏘울파크) - Escape From The Inertia
4. The Flatshoes (플랫슈즈) - 녹차 프라푸치노
5. 자마이칸 로맨스 - 좋아좋아
6. 김용호 - Rush Hour
7. Madicide (메디사이드) - Day Of Deletion
8. Maerchen (메르헨) - 안녕, 안녕
9. Pink Moon (핑크문) - 어쨌든 이건 아닌데

 

'관악에서 음악하는 청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인 창작집단 '관악자작곡놀이'의 이상한 컴필레이션 앨범


I. 관자놀이 기획의도
이상한 컴필레이션이 등장했다. 수록된 곡들 간에 공통점이 하나도 없다. 얼핏 봐도 그렇고, 다시 꼼꼼히 들어봐도 그렇다. 모던락과 일렉트로닉 팝에서 데스메탈, 하우스, 즉흥 연주곡까지. 가사도 장르도 일관성이 없는 이 음반의 정체는 무엇일까.


관악자작곡놀이, 줄여서 관자놀이. 이들은 서로 취향도, 말투도, 술버릇도 다르지만 ‘관악에서 음악하는 청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인 창작집단이다. 그러니까 이 음반은 서울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9팀의 대학생 뮤지션들이 내놓은 결과물인 셈이다. 음반에 공통된 음악 컨셉이 없는 것은 이들의 목적이 비슷한 ‘소리’ 내기가 아니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상황은 무엇인가? 요약하자면 ‘대학문화와 몰래 하는 밴드질’이다.


음반 제목 ‘야간활동’과 타이틀곡 ‘엄마한텐 비밀이야’가 이 비극을 적절하게 표현한다. 진로에 대한 압박이 불청객처럼 쳐들어오는 시기, 그 와중에 음악을 하겠다는 건 적잖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이렇게 대놓고 음반을 내면서 딴따라질을 ‘인증’하고 있지만 음반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은 사실 불안함에 떨고 있다. 엄마가 알면 어떡하지? 교수님이 알면 어떡하지? 사장님이 알면 어떡하지? ‘대학’이라는 시간과 공간은 음악하기에 적합한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다. 대학생 밴드는 누가 더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 리프를 잘 따라하나 경쟁하면서도 ‘자작곡’에 대한 반응은 시큰둥하고, 어떤 교수님들은 기타 치는 젊은것들을 보며 ‘대학이 뭐 하는 데야! 대학생은 공부를 해야지!’라고 호통 치기도 한다. 그래서 대학생들은 도피처를 찾기 시작한다. 소심한 뮤지션들은 밤의 자취방으로 숨어든다. 그곳에는 졸업의 압박도, 명절의 공포도 없다. 문을 꼭 잠그면 엄마도 도둑도 들어오지 못한다. 3.5평 자취방에서 기타를 퉁기는 동안, 그 밤과 이어지는 새벽의 몇 시간 동안, 그 동안 찾아 헤매던 모든 것들이 여기에 있다. 매일 밤 새로운 밤놀이. 자기 혼자 만드는 오르가즘. 이어지는 야간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