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 Day A Gorilla Gives A Banana
2. Rain
3. Bibo No Aozora
4. Last Emperor
5. Merry Christmas, Mr. Lawrence
6. M.a.y. In The Backyard
7. Sheltering Sky
8. A Tribute To N.j.p.
9. High Heels
10. Aoneko No Torso
11. Wuthering Heights

"류이치 사카모토". 이 이름의 느낌으로 봐서는 그는 분명 일본인이다. 그러나 그의 음악은 그를 단순히 일본 음악인으로 규정 지을 수 없게 한다. 이 세련되고 놀라운 음악적 재능을 자랑하고 있는 음악가는 국내에서도 꽤 많은 매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다. 실로 그는 도시의 여피들을 자극시킬 만한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국적을 알 수 없는 음악(그의 음악은 어떨 때는 너무나 뉴욕적이며 어떨 때는 무척 동양적이다.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그의 모습이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창조하고 있고 이러한 그의 퍼스널리티는 너무나 매혹적이다), 배우와 모델로서의 활동, 고전 음악가와 현대 예술가들과의 음악적 혹은 예술적 교류 등 그의 모든 활동은 그가 타고난 예술가임을 입증하고 남는다. 그리고 그의 음악을 들으면 그의 매력에 안 빠질 수가 없다. 그는 분명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그 재능을 사용하는 방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국내의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영화 <마지막 황제>의 음악을 담당했던 영화 음악가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의 음악적 활동은 훨씬 폭 넓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야 그의 음악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류이치는 많은 영화 음악을 했다. 그리고 1996년에 발표한 이 베스트성 음반에는 그가 그동안 만들었던 영화음악들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이 앨범이 단순한 그의 베스트 음반으로 오인되어서는 안된다. 그는 이 앨범을 통해서 그 동안 그가 만들어 내었던 음악들을 오브제로 이용하여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하고 있다. 류이치의 본작은 그가 만들었던, 혹은 새롭게 만든 곡들을 첼로와 바이올린 그리고 피아노만으로 연주하여 새로운 음악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의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들과 새롭게 그의 음악에 관심을 갖는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앨범이라 할 수 있는 본작에는 비디오 아티스트인 백남준에게 헌정된 곡도 들어 있으며 마지막 황제에 삽입되었던 Rain을 새롭게 편곡한 곡도 들을 수 있다. 특히 Rain은 신선한 서정으로 다가온다. 이 곡 한 곡만으로도 충분히 앨범의 가치는 생겼다고 볼 수 있다. 1990년대 이 후 그가 발표한 앨범들은 국내에 몇 장 소개되었고 이 앨범 역시 라이선스로 발매되었으나 현재는 시중에서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앨범이 되었다. 최근 그의 앨범이 재발매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앨범 역시 그러한 수혜를 입어 그의 음악에 목말라 하는 이들에게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