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Darkness
2. Growing Up
3. Sky Blue
4. No Way Out
5. I Grieve
6. Barry Williams Show
7. My Head Sounds Like That
8. More Than This
9. Signal To Noise
10. Drop

 

 

피터 가브리엘, 그는 과연 게으른 천재일까? 아니면 완벽주의자일까? 예를 들어 보스턴(Boston)의 리더인 탐 슐츠는 (편집증적인)고루한 레코딩 방식의 고수로 2집인 [Don't Look Back]부터 정확히 8년 단위로 후속작들을 공개해왔지만, 이제는 그것이 우연치 않게 일정한 사이클로 자리잡은 탓에 그다지 아쉽다거나 조바심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에 반해 피터 가브리엘은 1980년대 중반까지 길어야 3-4년을 걸르기도 용납치 않았던 왕성한 창작활동에 비해 [So] 이후 6년만에 [Us]를, 그리고 정규앨범으로는 무려 10년 만에 본작을 공개하게 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초기의 난해한 음악성에 비해 [So]에서부터의 팝 친화적인 요소의 가미가 더욱 취향에 맞았기에 이후 그의 행보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본작의 발매 소식을 접했을때 그 음악적인 결과물을 놓고 앞서 던졌던 질문에 나만의 응답을 구할 심산이었다.

결국 본작을 접하고 내린 결론은 그는 결코 게으르지도 않았고 또 자신만의 테두리에서 방황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 옛날 제네시스(Genesis)의 리더로 한창 전성기를 누렸을때 과감히 그 명예를 포기하고 솔로의 길을 택했던 것이 아마도 그 밴드라는 테두리 안에서 일찍 자신의 한계를 발견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고, 그가 새 앨범을 공개하기까지 10년 가까이 심사숙고했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추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따위는 전혀 발견할수 없으며, 여전히 그가 표현하는 주된 음악적 요소는 리듬 파트를 중시한 전자음악과 월드 비트에 대한 집착으로 귀결되고 있다. 극단적이고 관조적인 허무함과 드라마틱한 서정성이 교차하며 묘한 조화를 이루는 오프닝 "Darkness"와 건조한 일렉트로닉 비트를 바탕으로 피터 가브리엘식의 전형적이고 시니컬한 보컬이 돋보이는 "Growing Up", 엑조틱한 서정성이 역시 묘한 매력을 창출하는 "Sky Blue"와 전작 [Us]의 방향성에 근접한 비교적 웅장한 활력을 담고 있는 "The Barry Williams Show" 등에서 여전히 건재한 노장의 저력을 체험할수 있다.

글/ 이태훈(hyang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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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실험정신을 담은 의식있는 뮤지션 피터 가브리엘의 10년만의 정규앨범.

영국 록 역사에 길이 남을 Genesis의 간판 보컬리스트로 활동했던 피터 가브리엘의 10년만의 스튜디오 앨범.
그는 현재 상업적인 성공의 굴레에서 벗어나 음악에 대한 탐구심과 실천 정신으로 일관한 아티스트로서 뿐만 아니라 자신의 월드뮤직 레이블 Real World를 통해서 제3세계 뮤지션을 후원하는 월드 뮤직의 후원가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양하고 창의력이 돋보이는 사운드로 표현한 이번 앨범은 테크놀로지와 예술과의 접목에 대한 피터 가브리엘의 흥미와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글/ EMI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