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Big Bang
2. Blue Jean
3. 이방인
4. Lost Soul
5. Bullet
6. Your Face
7. 깃발
8. 헤어지자
9. Nancy
10. 유리거울
11. 대머리독수리
12. 사막
13. 바다

펑키 사운드의 진수를 들려주는 신인 빅뱅의 탁월한 데뷔작
BIG BANG - Lost Soul

한국 대중음악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 위축되어만 가는 음악시장 속에서도 여전히 뛰어난 재능과 음악성을 바탕으로 노력하는 뮤지션들이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빅뱅(Big Bang)’이라는 다소 거창한 이름을 내세우며 등장한 이 생소한 뮤지션 역시 그 중 하나다. 지난 3월 20일 세종대학교에서 있었던 조규찬의 콘서트를 통해 공식 무대 데뷔를 이룬 빅뱅은 기존의 가요와는 확고한 차별을 이루는 사운드로 많은 갈채를 받았다.

‘준비된 신인 뮤지션’ 빅뱅

가수로서 음악계에 첫발을 내딛는 그이지만, 빅뱅(본명: 방승철)은 이미 여행스케치와 제이워크(J Walk), 비투비(Be To Be), 다나 등에게 곡을 써준 작곡가이자 시리우스, Hao, 유경 등과 작업을 한 프로듀서로서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영화 ‘내 사랑 싸가지’의 사운드트랙에 참여하기도 했다. 사실 그는 탁월한 노래 솜씨를 가지고 있거나 매력적인 외모를 내세우는 가수들과는 거리가 먼, 뛰어난 가수라기보다는 가능성 있는 작곡가이자 뮤지션으로서 인정될만한 아티스트이다. 1971년 생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레드 제플린(Led Zeppelin)과 제프 벡(Jeff Beck) 등을 즐겨 들었으며 10대 시절에는 프린스(Prince)와 유투(U2),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 스팅(Sting), 마돈나(Madonna) 등에 푹 빠져 지내며 음악적 소양을 키워갔다. 특히 프린스와 제프 벡의 음악은 이후 빅뱅의 사운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BIG BANG the First Album [Lost Soul]

역동적인 펑키 사운드와 그루브한 리듬감은 빅뱅 음악의 특징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비트와 역동성 등 록의 요소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그의 음악은 전형적인 록과는 거리가 있는 펑크 팝(funk pop)이나 슬로우 록(slow rock) 쯤으로 분류될만한 사운드를 담고 있다. 강렬한 기타 리프와 풍성한 관악기 사운드, 그루브한 리듬의 흥겨운 분위기를 담은 곡들과 잔잔한 키보드,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를 중심으로 하는 슬로우 템포의 곡들이 전해주는 분위기는 확실히 기존 가요의 모습과는 다른 것이다.

물론 각 곡들은 음악적 완성도 면에서 완벽하지 않으며 아쉬운 점도 많이 눈에 띈다. 하지만 세련된 편곡과 탄탄한 구성력을 바탕으로 한 그의 음악은 기존의 국내 음악에 익숙해진 우리의 귀에 신선한 감흥을 전해준다는 커다란 장점을 가진다. 비음이 섞인 그의 독특한 창법은 분명 탁월한 가창력과는 거리가 있지만 자신의 사운드에 더할 수 없이 잘 어우러지며 신선한 매력을 선사한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빅뱅의 음악에서 우리는 커다란 ‘가능성’을 엿볼 수가 있다. 그리고 그건 가슴 벅찬 즐거움이다

Artist's Comment

나는 이번 앨범에서 내 삶의 경험을 토대로 가사의 일관적인 통일성 아래 다양한 음악적 분위기를 시도했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영향을 받아온 프린스, 제프 벡 등 여러 뮤지션들의 색깔을 혼합하여 글로벌한 음악을 만들었다. 나는 기타 중심의 사운드를 추구하는 편인데, 틀에 박힌 대중음악의 현실을 탈피해 표현의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실험하는 계기를 이 앨범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 분명한 건 음악의 유행이나 트렌드를 배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론적인 뿌리와 줄기를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트렌드를 따라가며 찾아오는 음악적 깊이의 상대적 공허감을 채우기가 가장 힘든 과정이었다.

우리나라 가요 시장에서 좀 더 많은 음악의 존재를 대중들이 경험하기를 바라고 그로 인해 색깔 있는 뮤지션들이 배출되고, 이런 식의 사이클이 반복되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음반 시장의 틀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도 그 발전을 위해 무단히 노력하고 싶다. 레퍼런스 CD를 옆에 두고 음악을 만드는 요즘 작곡가들의 형태가 아니라, 꾸준히 오랫동안 들어왔던 음악의 퇴적으로 인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내 자신의 바람이 많이 담겨 있는 앨범이다. 어떤 형태로든 음악을 표현하는 일은 멋있는 일이지만 거기에는 분명 깊숙한 내면세계에서 끌어올린 진실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대중이 조금이라도 공감하고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뮤지션의 깊숙한 내면의 세계가 필요하고 거기에 따른 책임이 부여될 때 비로소 양질의 좋은 음악을 대중들에게 선사할 수 있다는 게 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