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몸
2. 지가 지를 먹는 뱀
3. Body Without Organs
4. 애리다
5. 알고리즘박스
6. 용량이 필요해
7. 그곳
8. Acid
9. 네게 행복을 쑤셔 넣어
10. 이곳
11. Appendix : Beats Of Estrogen Receptor



음악과 글로 빚어낸 초현실. 국내최초의 소설음반 [가상의 씨앗 슘]

레게(Reggae)와 고스(Goth), SF와 철학, 음악과 문학 간의 물질교환.

대개 둘 사이의 물질교환은 따스한 포옹이나 가벼운 입맞춤같이 서로의 체온이나 타액 같은 것을 적당히 섞어가며 두 몸의 경계를 가볍게 흩트리는 걸로 시작되었다. 서로의 껍데기를 부비적거리고 핥아댈수록 명확했던 둘의 윤곽선이 흐물흐물 에지라져 서로의 영역을 뭉개버린다. --p.63(Track 01 몸)

본문에 빗대어 말하자면, 음반이자 장편소설인[가상의 씨앗 슘]은 여러 경계와 영역들에 동시에 존재하는 작품이다. 레게(Reggae)와 고스(Goth), SF와 철학에세이, 생명과학과 사회학, 싸이키델릭(Psychedelic)과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 현실과 가상, 원본과 복사본,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음악과 문학. 도통 어느 한 군데 발 딛지 않고 다만 두둥실 떠다니면서 필요에 따라 이것과 저것을 재료로 취해가며 장르/분야/세계 간의 물질교환을 추진하고 그 경계를 지워나가는 시도인 것이다. 그리고 그러다보니 그렇게 녹아내리는 경계의 틈사이로 이런저런 감각과 경험의 소산들이 삐쭉빼쭉 밀려나온다. 몸, 뇌, 욕망, 노동, 착취, 진화……, 인간들이 고려하듯 이용해먹고 뻔뻔스럽게 남겨먹은 것들과 미래에도 여전히 살아남을 에로스까지. 요컨대 [가상의 씨앗 슘]은 껍데기를 까고 알맹이를 드러내자는 의도로 만들어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