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억이 되기 위해서
2. 뛴다
3. 날치
4. 제발
5. 혹시 난
6. 노래
7. 긴 꿈
8. 잊혀지는 건
9. Optimist
10. 이유
11. 눈물,유령같은 밤



민중가요에 대한 몇 가지 편견이 있다. 투박하고 거칠다는 것, 그리고 음악성이 떨어진다는 것. 1987년 6월 항쟁 이전까지만 해도 공개적으로 민중가요를 만들 수 없었다. 몰래 몰래 숨어서 녹음해야 했다. 당연히 좋은 장비로 녹음할 수 없었다. 좋은 사운드가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비전문가들이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전문적으로 음악을 배운 사람들은 세상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대부분 침묵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을 차치하고 음악성이라는 기준만을 적용하는 것은 기만적이다. 그리고 세상이 비극인데 어떻게 음악만 매끈할 수 있었겠는가. 그럼에도 1987년 이전이나 그 이후에도 민중가요에는 좋은 곡, 좋은 가수들이 즐비했다. [그날이 오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같은 곡들이 단지 시대 분위기만으로 불렸겠는가. 그리고 김광석, 김삼연, 권진원, 안치환, 윤선애, 김은희 등등의 목소리가 민중가요라는 이유만으로 사랑 받았겠는가.

오늘 우리는 여기에 김가영의 이름을 더할 차례다. 1989년 영남대학교 노래패 ‘예사가락’에서 노래를 시작한 김가영은 1993년 당시 주간전국노동자신문에서 개최한 노동자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할만큼 노래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 후 그녀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천지인에서 활동하다 1999년 싱글을 내고 2002년 첫 번째 정규 앨범 [날치]를 내놓았다. 싱글에서 김가영이 호쾌하게 내지르는 소리를 뽐냈다면 [날치]에서 김가영은 정제되고 내밀한 음악들을 내놓아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당시 그녀는 어떤 음악이든 안정감 있게 소화해내는 풍부하고 깊이 있는 보컬로 주목받았다. 독창과 합창 모두에서 발군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당연히 민중가요 여성 보컬의 새로운 대표주자가 나타났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하지만 뮤지컬로 방향을 튼 그녀의 목소리는 그 이후로는 쉽게 들을 수 없게 되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아낀 김현성, 백창우 등의 시노래, 동요 컴필레이션 음반 정도가 그녀의 존재를 가끔 확인시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