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등병의 편지 [공동경비구역] - 김광석
2. 말리꽃 [비천무] - 이승철
3. 슬픈 향기 [동 감] - 홍선경
4. 여고괴담 2 메인테마 Piano Solo
5. 비 밀 [삼양동 정육점] - 이욱현
6. 산책 [산 책] - 이한철
7. 사랑하는 날에 [미술관 옆 동물원] - 서영은
8. 박하사탕 메인테마
9. 그대 고운 내사랑 [산 책] - 이정열
10. 내 마음의 풍금 [내 마음의 풍금] - 장필순/한동준
11. 한번만 [행복한 장의사] - 조성빈
12. 플란다스의 개 [플란다스의 개] - 체리필터
13. The Time To Go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 이시영
14. 너에게 [킬리만자로] - 박신양
15. 숙명 [비천무] - 정기송
16. 신장개업 메인테마 스켓송
17. 동영상 [말리꽃] 뮤직비디오

영화의 주제곡을 읊조리면 영화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이 음반은, 그 변화한 한국 영화음악의 현재를 담고 있다.....

흔히 영화를 영상예술이라고 부른다. 영화를 볼 때 받아들이는 정보의 다수는, 시각정보다. 똑같이 보고 듣는 종합예술일지라도, 그 안에 있는 정보의 상태나 양은 다르기 마련이다. 연극은 시각장애인이 듣기만 해도, 70% 이상은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반대로 영화는 청각장애인이 봐도, 상당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그건 분명하다. 과거에 번역이 안 된 외국영화를 봤을 때도, 대강 내용은 이해했으니까. 법정극이나 복잡한 구성의 영화만 아니라면, 대충 때려잡을 수 있다.
그러나 음악이 없는 영화를 과연, 상상할 수 있을까?
베니스영화제 수상작인 채명량의 [애정만세]는 음악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삭막한 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렇다. 음악이 없는 세계란, 영화란 그 얼마나 건조하고 끔찍할까. 무성영화 시절에도 음악은 늘 영화와 함께 했다. 음악과 영상은 상호침투한다. 크지쉬토프 키에슬롭스키의 [블루]를 보면, 음악과 영상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 때로는 소리에 맞춰 영상이 점멸한다. 마이크 피기스의 [원 나잇 스탠드]도 마찬가지다. 음악과 영상은 완전히 하나의 몸을 이룬다. 몸의 각 부분을 떼어놓고 볼 수 없는 것처럼, 영화 역시 소리(음악)과 영상의 합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좋았던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면, 거기에 흐르던 음악까지 함께 뇌리를 스친다. 영화의 주제곡을 읊조리면 영화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한국에서의 ‘영화음악’이란 꽤나 홀대받는 일이었다. 촬영을 다 끝난 후에 길어야 한 달 정도의 시간을 주고 음악을 완성하라는 게 통례이다시피 했다. ‘영화음악가’라고 직함을 달만한 사람도 별반 없었다. 영화음악은, 잠깐 들러서 하고 가는 ‘아르바이트’ 같은 것이었다. 물론 [창밖엔 잠수교가 보인다]처럼 시대를 앞선, 획기적인 영화음악 기획도 있긴 했지만 대세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은 분명히 바뀌었다. 그것도 아주 폭넓게, 그리고 깊숙하게. 시간에 쫓겨 음악을 짜맞추는 게 아니라 시나리오 단계부터 영화 전체를 이해하고 함께 만들어 가는 식으로 바뀌었고, 재능있는 음악인들이 영화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제는 영화음악가 누구 하는 것이 결코 낯설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