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인 구국결사대
2. 날개달린 소년
3. 어린 나의 왕자에게
4. 키치죠지의 검은 고양이
5. 별빛속에
6. 고백
7. 우주로 보내진 라이카
8. 숨겨진 보석
9. 환상특급
10. 저도 어른이거든요
11. 처음으로 우산을 잃어 버렸어요
12. Quicksand

 

자랑스런 대한민국 그룹, 델리스파이스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대망의 5집 앨범, Espresso! 총 12곡이 수록된 이번 5집 앨범은 깜짝 놀랄만큼 낯선 쟈켓 사진에서부터 궁금증을 유발시키는데, 지금까지의 델리스파이스 앨범 중 가장 Rocking한 스타일로 예고된다. 한마디로 이 앨범은 1999년에 발표된 2집 [Welcome to the Delihouse](1999) 이후 가장 뛰어난 완성도를 뽐내는, 자신들 작품 중에서도 단연 역작(力作)이자 전체 앨범의 범주 속에서도 '근래 보기 드문 명반'이다. 여러 악기들을 대거 도입, 방대한 스케일을 가져간 대신, 왠지 곡을 놓쳐버리고 말았던 [D]의 밋밋함을 완벽히 분석해낸 자연스런 결과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 초심으로 돌아가 예의 그들만의 특장(特長)을 다시금 펼쳐냈다는 점에서 즐겁다. 바로 R.E.M., U2, 큐어(Cure) 등에 영향받은 영국적 모던 록, 정확히 말해 브릿팝을 특징지은 '기타 팝'의 전형이다. 그러나 그것과는 또 다르다. 세기를 한층 강화해 힘있는 곡의 동선(動線)을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장기인 캐치한 멜로디도 완전히 부활해, 도처의 곡들이 듣는 이들의 귀를 붙들어맨다. 이를테면 록, 아니 대중음악의 생명이라 할 '곡의 파워'와 '매력적인 훅(hook)'이 편안하게 동거하고있다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데뷔 6년 차의 공력을 연료로 한 연착륙이다.

이는 초반부의 '노인 구국 결사대'와 드러머 최재혁이 솜씨를 부린 '날개 달린 소년'만 들어봐도 대번에 파악된다. 디스토션을 잔뜩 머금은 김민규의 기타 사운드가 더없이 명확한 차별화를 일궈낸다. 그루브 또한 한층 유연해져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유기적인 콤비네이션이 압도한다. '별빛 속에'는 음반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소리 메커니즘을 펼쳐내는 곡이다. 빅 드럼 사운드가 특히 귀를 울린다. 타이틀곡으로 내정된 델리 스파이스표 러브 송인 '고백'은 그들의 감수성이 전작들보다 토착화, 한국화하고 있음의 명백한 증명이다. 록 연주하모니에 국산 멜로디를 드라마틱하게 결합했다. '환상특급'은 화려한 키보드가 백미이며 'Quicksand'는 큐어의 1989년도 작품 'Disintegration'에 수록되어도 손색없을 듯한 곡이다(인터뷰에서 김민규는 큐어의 로버트 스미스를 가장 영향받았던 인물로 꼽았다). 이 곡에서 김민규의 가창은 물이 오른 가사전달력을 과시한다. 위 곡들 모두에 델리 가족들과 서포터스들의 몰표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