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Kingstar
2. 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
3. 그게 아니고
4. Talk
5.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6. Beautiful
7. 죽겠네 (album Ver.)
8. 살
9. 곱슬머리
10. Rebirth
11. 헤이 빌리
12. Beautiful Moon

 

뉴욕맨하탄 스타일의 밴드 10cm의 첫 번째 정규앨범 [1.0]
 

2009년 홍대의 몇몇 클럽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 10cm는 어느덧 2년차의 경력을 자랑하는 밴드가 되었다. 2009년 4월 발매된 첫 번째 가내수공업 Ep앨범과 컴필레이션 앨범'life'의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를 통하여 어쿠스틱 음악신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른 10cm는 그 해 8월 '아메리카노'라는 말도 안 되는 디지털 싱글의 발매로 말도 안 되는 인기를 누리는 밴드가 되었고, 피시방비와 담뱃값을 충당하기 위해 길거리 공연을 서슴지 않던 10cm는 어느덧 수 천명 규모의 페스티벌에서도 환영 받는 존재가 되었으며 용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먹고 살만한 생활을 누리게 되었다.(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러나 정작 10cm는 누가 봐도 대견해 할만한 이 분위기를 그리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10cm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나 '아메리카노' 등의 싱글들은 10cm 음악의 지향점에 있는 곡들이라고는 할 수 없었고, 논란 그득한 Ep앨범의 사운드는 너무나도 예의가 없었다. 모든 것이 거품이라는 것을 느낀 10cm는 자신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귀차니즘을 극복해내고 마침내 정규앨범 작업에 돌입했으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6개월의 작업기간을 거쳐 이제 첫 번째 앨범을 내놓았다.
 

두 멤버의 부모님들께 차마 들려드리기 힘들 것이라는 문제의 노래 '킹스타'가 하필 앨범 첫 트랙으로서 포문을 열고, 재미있지만 그만큼 씁쓸한 가사의 '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 데뷔 이래 처음으로 선보이는 밴드 사운드의 발라드 넘버이자 주변 지인들의 눈물을 쏙 뺐다는 타이틀곡 '그게 아니고' 를 지나, 기존의 사운드로 표현해낸(그렇지만 차원이 다른 질을 자랑하는)'Talk'과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까지 들었다면 이 앨범을 위해 두 멤버가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쏟아 부었는지 알 수 있다.
 

보컬 권정열이 노래를 어디까지 야하게 부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윤철종의 기타는 어디까지 섬세할 수 있을 것인가를 시험하는 듯한 노래'beautiful'이 10cm의 19금 노래의 맥을 이어가고 , Ep앨범의 수록곡 중에서도 가장 저질의 사운드로 녹음되었던 '죽겠네'가 앨범버전으로 완전히 재녹음되어 기존 음원의 곡을 하나도 수록하지 않겠다던 두 멤버의 은근히 지조 없는 면이 드러난다.
 

목소리를 키보드의 패드 사운드처럼 사용하여 더 오묘한 느낌을 자아내는 '살', 손발이 오그라드는 재기 발랄한 가사의 '곱슬머리', Ep앨범에 실렸을 법한 단촐한 구성의 곡 'Rebirth'를 지나면 절대 녹음하기 귀찮아서가 아니라 앨범의 소소한 재미를 주기 위해 가볍게 원테이크로 녹음된 '헤이빌리'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곡답게 굉장히 따뜻한 사운드로 녹음된 'Beautiful Moon'을 끝으로 이 앨범의 감상은 훈훈하게 막을 내린다.


이 앨범의 사운드는 굉장히 편안한 악기 구성과 무난한 듣기 좋은 사운드를 자랑하지만 이것이 본래 10cm를 아는 이들에게는 충격적일 수도 있겠다. 이전의 앨범에서는 한번도 들을 수 없던 드럼소리, 베이스 소리, 심지어 일렉기타의 소리까지 태연하게 담아놓았기 때문. 그러나 소규모 라이브 사운드의 대명사로 불리던 메리트를 과감히 포기하고, 음악적 감동을 창조해내는 것에 주력, 자유로운 편곡을 서슴지 않은 이 앨범은 10cm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다. 다만, 추운 한겨울에 발매하기 위해 준비되었다던 이 앨범이 봄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야 완성되어 나온 것이 애석하고도 애석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