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삼총사 (한대수, 김도균 그룹, 이우창) / The Three Musketeers (3CD)

CD 1

1. Marijuana
2. 호치민
3. As Forever
4. 질주
5. 여름노래
6. 겨울노래
7. 오늘가면
8. 상사병
9. 천사들의 잡담(1991, 4, New York)
10. 천사들의 잡담 2(1991, 4, New York)

 

CD 2

1.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진양조)
2. 쑥대머리
3. 동살풀이
4. 새야 새야 파랑새야(blue Bird Suite) : Part 1(past)
5. 새야 새야 파랑새야(blue Bird Suite) : Part 2(present)
6. 새야 새야 파랑새야(blue Bird Suite) : Part 3(future)
7. 일렉트릭 산조 : 진양조
8. 일렉트릭 산조 : 중모리
9. 일렉트릭 산조 : 중중모리
10. 일렉트릭 산조 : 자진모리

 

CD 3

1. Sketch Of Miles & Gil
2. Play, Play, Play
3. Wind & I(take 1)
4. Untitled
5. Dori
6. Bounce Latin
7. Dust Storm
8. Improvisation(part 1)give Me Some Water
9. Improvisation(part 2) Give Me Some Water
10. U Know What I Mean!
11. Chant
12. Wind & I(take 2)
13. If

 

한대수의 새로운 앨범 "고민, Source of Trouble", 김도균 그룹의 새로운 앨범 "정중동(靜中動), Movement on Silence", 이우창의 새로운 앨범 "나 없는 나, Selfless Self"를 하나의 이름으로 묶은 박스 세트 "삼총사, The Three Musketeers"는 프랑스의 소설가 페르 뒤마의 소설 제명에서 인용했다. 오랜 음악적 결연으로 뜻을 함께 한 세 명의 음악인은 일상에서 그들의 관계를 '삼총사'로 일컫었다. 소설 "삼총사"의 주제와 그들의 우정을 칭하는 '삼총사'는 한대수-김도균-이우창이 걸어가는 음악적 지향과 뜻을 같이 한다. 뒤마의 소설 "삼총사"는 프랑스 루이 13세 시대에 재상 리슐리와 교황청의 권세와 음모에 대항하여 왕정의 전통성을 지키고자 했던 세 명의 총사(아토스, 프로토스, 아라미스)의 활약을 그린 역사 소설이다. 한대수-김도균-이우창 역시 애초 '음악'이 아닌 '연예 산업'과 '얕은 기획'이 지배하고 있는 현실에서 '음악'의 가치와 정의를 복원하고, '뮤지션(아티스트)'의 참다운 조건을 전하자는 취지에서 의기투합했다. 그들이 선택한 무기는 포크 록(한대수)-국악, 록(김도균)-재즈(이우창)로 분리되어 있지만, 작가의 의식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음악, 자신의 삶과 철학을 투영하는 거울로서의 음악을 기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문화로서의 음악, 예술로서의 음악을 통해 대중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겠다는, 음악 본연의 정신에 철저한 동지들이다.

한대수의 음악은 말한다.
"나의 음악은 세상과의 대화이다" "나의 음악은 내 마음 속의 응접실이며, 안방이며, 때로는 화장실입니다" 그는 언제나 솔직하게 자신의 삶을 음악 속에 그려냈다. 사진 작가이자 시인이기도 한 한대수에게 음악은 그의 사진이 그렇듯 세상을 바라보는 투명한 시선이고, 그의 시가 그러하듯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사람들과의 진솔한 대화이다. 한대수의 새로운 앨범 "고민, Source of Trouble"은 그가 여전히 새로운 양식을 창출하는 스타일리스트이며, 그 이상으로 탁월한 감성 언어를 지닌 시인임을 일깨운다. 또한 그의 거친 목소리는 스스로의 내면을 가장 잘 표현하는 도구임을 확인시켜 준다. 언제나 새로움을 향해 열려 있는 '깨어있는 작가' 한대수는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 그는 음악을 통해 노래로 말하는 것으로 세상의 금지된 것에 대해 "고민할 필요 조차 없는가!"라는 반문을 던진다. '마리화나'는 뉴욕에서 의학 마리화나 합법화 시위를 하는 여인과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 뜻을 새긴 자작시에 리듬과 멜로디를 입힌 곡이다. 아직도 살아있는 레드 콤플렉스 시대에서 '호치민'의 삶을 투박한 내려이션과 광폭한 데스 메탈 사운드를 결합시킨, 그의 자유로운 음악적 사고는 새로운 음악 형식을 열어주고 있다. '여름 노래', '겨울 노래', '오늘 가면'은 1970년대 한대수가 뿌렸던 포크 음악의 서정성으로 회귀하는 '시인의 마음'이며 그가 꿈꾸는 '아름다운 동화'이다. 그는 언제나 새로움을 향해 열려 있는 스타일리스트이자, 거짓된 감정을 노래하지 않는 리얼리스트로서, 오늘에 있음을 그의 9번째 앨범 "고민, Source of Trouble"은 말하고 있다.

김도균의 음악은 말한다.
"그냥 미국의 록 음악을 옮기는 록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우리에게 록을 가르쳤듯이, 우리도 그들을 깨우쳐 줄 수 있는 음악을 찾고자 한다" 김도균은 198-90년대 우리나라 록 음악의 역사를 견인했던 백두산, 아시아나의 기타리스트였다. 진작부터 그의 이름은 한국 록 기타 계보에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지만, 김도균은 구차하게 자족적인 명성에 안주하고 싶지 않았다. "록을 들을수록 그 속에서 국악이 들렸다" 록은 서양의 것이고 국악은 우리의 것이다. 록은 오늘의 것이며 국악은 어제의 것이다. 그는 공간(서양-동양), 시간(현재-과거)로 분리된 문화에 대해 시, 공을 초월한 음악적 진화를 15년이 넘도록 매달려 왔다. 그의 음악은 동-서의 문명적 대화이며, 동시에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의 영속성으로 확대된다. 김도균 그룹의 첫 번째 앨범 "정중동(靜中動), Movement on Silence"은 1988년 국악과 록을 접목한 솔로 앨범 발표 이후 15년간 김도균이 몰입했던 한국적인 록, 국악과 록을 접목한 새로운 음악 스타일이 완성의 경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지난 4년전 부터 김도균과 함께 한국적 록의 새 장을 모색했던 프로그래머이자 베이스트 배찬우, 드러머 박동식이 참가한 김도균 그룹의 첫 작업은 국악과 록의 접목을 넘어선, 현대화된 국악의 모습과 세계속에 당당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록의 한국화를 제시한다.

이우창의 음악은 말한다.
"재즈는 내 삶의 입구이자 출구이다. 재즈는 소외된 음악이지만 외로움을 느낄 필요는 없다. 천편일률적인 댄스 음악과 비주얼 뮤직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나는 재즈가 확보하고 있는 광범위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표현하고 싶다." 이우창은 세계적인 재즈 명문 미국의 New School과 맨하탄 음대 석사 과정에서 재즈 피아노와 재즈 작, 편곡을 수학한, 이론과 테크닉을 겸비한 재즈 아티스트이다. 그는 "삼총사" 앨범에서 자신의 영역인 "나 없는 나, Selfless Self"를 통해 참으로 다양한 음악적 범위를 펼쳐 보인다. 그가 행하고 모든 실험은 스탠더드가 아닌 스스로의 작곡으로 재현되고 있음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천편일률적인 스탠더드 답사에서 벗어나, 그는 자신이 재즈의 고향 미국에서 익힌 현대적인 재즈의 작풍, 하모니 감각, 작, 편곡 기법을 펼쳐 낸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쿨 재즈의 예리한 편곡, 재즈와 클래식 현대 음악과의 구조적 결합을 모색하는 실험도 완성도 있게 제시된다. 그는 보사노바의 서정성('Dori'), 라틴 리듬의 탄력('Latin Bounce'), 김도균과의 우정 어린 협연이 기록된 록과 재즈의 결합('Play Play Play')은 친근함으로 재즈의 자유를 설명한다. 한대수의 '물 좀 주소', '바람과 나'를 새로운 양식의 블루스, 프리 재즈 스타일로 재해석한 피아노 즉흥 연주도 그의 넓은 음악적 폭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If'에서 감칠 맛 나는 어쿠스틱 기타의 맛스러움을 펼쳐내는 풍경은 그가 얼마나 풍부한 음악적 감각과 재능으로 무장되어 있는지를 입증한다.

우리의 전설, 신화 속에 '탁멸삼재(啄滅三災)'라는 매가 있다. 남쪽에서 날아온 머리 셋에 다리가 하나인 이 새(매)는 3가지 재앙을 불러 들이는 나쁜 벌레를 쪼아 없애 주므로 민중의 수호신 역할을 하였다. 매는 죽은 고기를 탐하지 아니 하고, 새끼 밴 동물을 해치지 않는다. 한대수-김도균-이우창은 대중 음악가의 본분에 충실한, 음악가의 당연한 길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지극히 당연한 직업 의식은 우리 음악에서 실종해 버린, 대중 음악 본연의 기능과 미학을 상기시켜준다. '삼총사' 한대수-김도균-이우창가 우리 음악계의 해악을 없애 주는, 병든 음악에 멍들고 있는 우리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탁멸삼재'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