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Blue / All Rise

1. All Rise
2. Too Close
3. This Temptation
4. If You Come Back
5. Fly By
6. Bounce
7. Long Time
8. Make It Happen
9. Back To You
10. Girl I'll Never Understand
11. Back Some Day
12. Best In Me

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 대중음악의 대표적 장르인 R&B는 그 형태적 특징이 명료하게 확립되던 50년대 중반 이후 'Vinyl Record의 양면처럼' 두 세력의 균형적인 발전을 통해 그 명맥이 이어져왔다. 그 한 부분은 Ray Charles, James Brown, Stevie Wonder로 대표되는 싱어/ 송라이터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다른 한쪽 면은 The Drifters, Jackson 5, New Edition으로 이어지는 대중적 Vocal Band들의 전통이 채우고 있다. 그러나 Pop Culture가 무시무시한 위력을 점하고 떠난 80년대 후반 이후의 정서는 쉽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고뇌하는 뮤지션쉽'은 사실상 사라졌고 모든 장르가 pop이라는 이름 하에 통합, 재편되었다. New Edition을 노골적으로 표방하며 60년대의 Vocal적인 전통을 계승한 Boyz Ⅱ men 이라든지 New kids on the block, Color Me Badd, Hi-five와 같은 그룹들이 90년대 초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긴 했지만 그같은 보수적인 흐름역시 Hip-Hop의 리듬과 Electronica의 비트에 가려져 그 영향력을 길게 이어나가지는 못했다.

그런 혼란의 와중에 Backstreet Boys가 등장했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백인 중산층 정서를 등에 업고 댄디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여했지만 음악적으로는 오히려 90년대 초반 유행했던 흑인 보컬 그룹들의 아이템을 고스란히 활용했다. 게다가 80년대 전세계적으로 폭넓은 인기를 얻은 유럽 본위의 melodic한 전통을 전면에 부각시키며 오히려 미국 밖으로부터 안으로 인기몰이를 했다는 점 독특한 것이었다. 60년대 모타운의 '작곡팀(The corporation)'으로 상징되는 작곡가/프로듀서 위주의 음악에, 힙합과 테크노를 완전히 대중적인 방식으로 해석해 덧입혔고, 철저히 훈련된 New kids의 이미지를 결합시키는 방식은 새로운 팝의 icon이 되었다. New kids on the block 이후로 생명력이 상실된 듯 보이던 이 boy-band의 문법은 9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 Take that, Boyzone, 'N sync로 이어지며 다른 모든 흐름을 압도하고 있는 형편이다.

앨범 [All rise]가 복고적이면서 대중적인 미학을 갖게 된데 까지는 이 앨범을 음악적으로 이끌고 있는 1급 Producer들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Sisqo 등의 앨범에 참여했던 targate, George Michael과의 작업으로 익숙한 작곡가겸 프로듀서 Eliot Kennedy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수준급의 세션맨들과 엔지니어들과 함께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세련된 사운드를 가진 앨범을 만드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앨범으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이다. Stargate, Eliot Kennedy, Ray Ruffin 등 앨범 크레딧을 채우고 있는 이름을 보아도 그 심증은 굳어지는 듯 하다. 프로듀서 위주로 '만들어진' 보이 밴드의 전형이 쉽게 떠오른다. 하지만, 정작 CDP의 트랙이 중반 이후를 넘어갈 즈음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너무도 명료하게, 하지만 유쾌하게, 이들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 깨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니까 말이다. '놀랍게도' 이들은 BSB의 성공전략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았다. 타이틀 트랙 'All rise'를 감싸고 있는 정서는 강한 훅을 가진 Dance-Pop이 아니라 육중한 리듬에 파워풀한 보컬이 더해진 복고적인 funky style R&B이다. 이 정도면 보이 밴드들의 앨범에 흔히 들어가는 양념으로서의 funky style이 떠오를 법도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트랙인 'Too close'는 그 우려를 말끔히 씻을 정도의 전형적인 소울풀한 넘버이다.

어쿠스틱 기타와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의 몽롱한 음을 배경으로 시작되는 California lavored R&B 'This Temptation' 역시 보컬의 유려함과 훅이 명료함이 인상적인 맛깔스럽다. 'Make it happen', 'Back to you' 등 다른 보이 밴드들의 트렌드를 답습한 흔적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앨범의 주도적인 방향성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추세라고 볼 수 있다. 60년대와 70년대에 주류를 이루었던 끈적끈적한 소울의 보컬적인 전통에 Funk의 그루브한 리듬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대부분의 업비트 트랙들은 Blue의 음악적인 위치 매김의 차별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댄스, 발라드식으로 엇갈려가며 앨범을 반반씩 채워가는 식의 전형성은 따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알앤비의 본고장인 미국이 아닌 영국 출신의 밴드라는 점에서 90년대 이후의 Hip-Hop 성향에 전혀 편중되지 않은 복고적인 사운드를 들려줄 수있는 것도 이들에게 다른 색을 부여하는 부분이다. '더욱 놀랍게도' 이들은 20대 초반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잘 익은' 보컬 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에게는 '예쁘다' 혹은 '유려하다'는 표현보다는 '폭발적'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앨범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Funk 넘버들을 흑인 그룹들 이상으로 탄력적으로 소화해 내고 있을 뿐 아니라 앨범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감미로운 사운드를 자랑하는 'If you come back', 'Long time'에서도 곡의 리듬감과 부드러운 멜로디를 뛰어난 크루닝과 샤우팅으로 완전히 휘감고 있다. 다른 보이 밴드들의 능력과 비교해 보아도 보컬 능력만큼은 눈에 띄게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리드 보컬인 Lee Ryan의 나이가 열일곱?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부분이다.

한명 더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절반이 넘는 곡에서 프로듀서, 키보드, 작사, 작곡을 담당하고 있는 Ray Ruffin, 그는 바로 미국 R&B계의 전설적인 존재인 The Temptations의 리드 보컬인 David Ruffin의 형이자 그와 함께 The Ruffin Brothers를 조직하기도 했으며 솔로 커리어로서도 60, 70년대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보컬리스트이다. 그런 그가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 변신해 Blue의 목소리를 통해 'If you come back'과 같은 현대적 감각으로 포장된 모타운 리바이벌을 꾀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현대의 흑인음악, 그것도 대중성을 지향하는 보이 밴드 쪽에서는 '누구의 손을 거쳤는가' 라는 점에만 주목, 아티스트들의 기본적인 뮤지션쉽이 전혀 빛을 발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재능이 있다고는 하나 이제 겨우 20대가 되어 가는 이 네명의 젊은이들이 Ruffin의 야심처럼 그 옛날 soul과 funk의 성공적 리바이벌을 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어떤가? 젊다는 것은 이들의 무한한 잠재성을 의미하고 또래의 다른 그룹들과 다른 음악적 취향과 접근방식을 가지고 자신들만의 색채(Blue Color)를 발산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그 어느 것도 과한 욕심은 아닐 것이다. [All rise]는 그 여정의 성공적인 첫걸음에 불과할 뿐이다.

글 / 김영태 (toojazzy@hanmail.net)
자료제공 / EMI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