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Love
2. Family Affair
3. Steal Away
4. Crazy Games
5. Pms
6. No More Drama
7. Keep It Moving
8. Destiny
9. Where I've Been - Featuring Eve
10. Beautiful Day
11. Dance For Me
12. Flying Away
13. Never Been
14. U
15. In The Meantime
16. Forever No More (poem)
17. Testimony

 

2002년 2월 개최된 제 44회 그래미 어워드 시상식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뮤지션을 꼽는다면 단연 Alicia Keys의 이름을 말해야 할 것이다. 이제 막 데뷔 앨범을 낸 여성 보컬리스트가 총 다섯 부문을 수상했다니 참 기가 찰 정도로 놀라운 결과였다. 출중한 외모와 노래 실력으로 굉장한 인기와 인정을 얻어 낸 것은 사실이긴 하지만 솔직히 ‘정말 그만한 위치에 있는 뮤지션인가?’하는 점에 있어서는 적지 않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그녀와 함께 수상 리스트에 있었던 India. Arie나 여기 소개하려고 하는 Mary J. Blige가 Alicia Keys와 비교해 한 점 뒤떨어짐 없는 2001년을 보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창립 의도 자체부터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그래미 어워즈에서 흑인 음악 계열에 이렇게 큰 박수를 보내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흑인 음악 매니아들은 반가워해야 했을지도…) 필자 역시 Alicia Keys의 데뷔 앨범을 듣고 ‘예상치 않은 수확’이란 극찬을 했던 사람이지만 Mary J. Blige가 Best Female R&B Vocal Perfomance 부문에서 그녀에게 상을 내주는 모습을 보니 약간 속이 뒤틀린 것도 사실이었다. 원숙함과 깊이감 있는 목소리로 자신의 감정과 스타일을 제 맘대로 조절할 줄 아는 Mary J. Blige의 노련함을 능가할 스킬이 아직 어린 Alicia에겐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시상식 당일 Mary J. Blige가 ‘No More Drama’를 열창하던 모습을 보았는가? 온 몸으로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을 말이다. 이제 막 서른을 넘긴 그녀에겐 결코 지나치지 않은 에너지와 절제가 존재하고 있었다.

From [What's The 411?] To [Mary]

뉴욕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Mary J Blige는 그녀가 네 살 되던 해 집을 나가버린 아버지 덕에 결코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했다. 하지만 재즈 뮤지션이었던 아버지와 소울 음악 매니아였던 어머니 덕에 어린 시절부터 깊이 있는 음악들을 섭취한 그녀는 성가대원으로 활동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었는데 어머니와 단 둘이 생활하던 Mary J. Blige는 고등학교 때, 다니던 학교를 중퇴해 버렸다. 살고 있던 지역이 지역인지라 불안정한 청소년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던 듯. 학교를 관둔 후,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친구들의 머리를 만져 주거나 음악을 듣는 걸로 보내던 Mary J. Blige는 Aretha Franklin을 즐겨듣곤 했는데 곧 주변 친구들과 함께 힙합 음악에 빠지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자신의 인생과 음악에 대해 다시 생각할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 다음 순서는 바로 데모 테잎. Mary는 가라오케에서 Anita Baker의 노래인 ‘Caught Up In The Rapture’를 녹음해 자신의 의붓 오빠에게 전달하게 되고, 그는 동생의 데모 테잎을 Uptown Records의 사장인 Andre Harrell에게 넘겨주었다. Andre Harrell이 그녀의 보컬에 홀딱 반해 그 즉시 계약을 요구한 건 당연한 수순. 이 모든 건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로 어쩌면 당시 막 스무살이 된 Mary에겐 당황스러울만큼 엄청난 변화였을지도 모르겠다.

계약 직후 Mary는 P. Diddy와 함께 데뷔 앨범 작업에 들어갔다. 그 결과물로 공개된 것이 1992년 발매된 [What's The 411?]. Grand Puba와 Busta Rhymes 등이 피처링한 이 앨범은 발매되자마자 R&B/힙합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힙합 뮤지션인 P. Diddy의 손으로 완성된 최고의 R&B 앨범이라 칭하면 옳을까? 무려 200백 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이 앨범으로 Mary는 강력한 파워의 출사표를 R&B계에 던진 능력 있는 신인으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물론 그런 평가는 두 번째 앨범 [My Life]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당시 Mary의 남자친구였던 Jodeci의 K-Ci Hailey와의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앨범은 다분히 자기 고백적인 내용으로 많은 대중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말 그대로 자신의 삶을 노래하는 그녀에게서 대중들은 그들 삶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일 텐데 Mary 본인에게 이 앨범은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왜냐하면 [My Life]를 끝으로 자신을 발굴해 낸 Uptown Records와 P. Diddy의 품을 떠나 Suge Knight와 손을 잡고 새로운 레이블, MCA와 계약하게 된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새로운 레이블을 통해 발매된 세 번째 앨범 [Share My World]는 발매되자마자 빌보드 챠트 1위에 오르며 큰 이슈를 만들어냈다. 물론 대중의 이런 반응은 Janet Jackson의 메인 프로듀싱 팀으로 잘 알려진 Jimmy Jam & Terry Lewis라는 걸출한 프로듀서들의 네임 밸류도 한 몫 했겠지만 이젠 더 이상 ‘신인’으로 볼 수 없는 그녀의 원숙미는 그만한 Respect를 받을 만했던 것 같다. 동부 최고의 랩퍼 Nas가 함께한 ‘Love Is All We Need’나 ‘I Can Love You’, ‘Everything’ 등의 곡들은 그녀의 1997년을 대표하는 곡들로 큰 사랑을 받았다. 앨범 판매량 면에 있어서는 지난 앨범보다 다소 주춤했던 게 사실이지만 지난 두 장의 앨범을 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찾은 앨범이었다는 점에서 [Share My World]는 다른 누구보다 Mary 스스로에게 큰 의미가 있는 앨범이라 생각된다. 어느 뮤지션에게나 세 번째 앨범의 의미는 비슷하겠지만 말이다. 이에 이어 1998년 라이브 앨범인 [The Tour]를, 그리고 이듬해인 1999년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 [Mary]를 발매한 Mary J. Blige…. 네 번째 앨범은 앞서 발매된 작품들에 비해 상당히 긍정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고 아주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사운드로 무장한 이 앨범에서는 ‘All That I Can Say’와 ‘Deep Inside’ 등의 곡들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No More Drama] In Mary's Life

Mary J. Blige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인 [No More Drama]의 발매가 임박했을 즈음, 가장 많은 팬들이 궁금해 했던 것은 “과연 이번에는 어떤 뮤지션들과 합작을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을 것이다. 이미 P. Diddy나 Jimmy Jam & Terry Lewis, Babyface 등 걸출한 뮤지션들과 공동 작업을 해 온 그녀였기에 그런 호기심은 아주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에 대한 답을 주자면… 이번에는 Missy Elliott과 Dr. Dre이며, Swizz Beatz와 The Neptunes, Eve, Lenny Kravitz라는 것. 매번 힙합 뮤지션들과의 근사한 조우로 큰 반응을 얻어냈던 그녀는 이번 앨범을 통해 힙합 영역으로 한 발짝 더 깊이 들어오려 하고 있다. 물론 [Share My World] 앨범에서부터 함께 해 온 Jimmy Jam & Terry Lewis도 여전히 함께하고 있으며 그들은 Mary를 위해 타이틀 곡인 ‘No More Drama’를 만들어 주었다. 잔잔하면서도 다소 우울한 분위기의 피아노 소리로 시작하는 이 곡은 TV 쇼인 ‘Young And The Restless’의 테마 음악을 샘플링한 곡으로 ‘I Was Young And Restless. But That Was Long Ago. I Don’t Want To Cry No More…’라는 가사가 듣는 이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동안의 삶에 대한 그녀 자신의 고찰이 담긴 트랙으로 제목은 ‘No More Drama’이지만 그로 인해 그녀의 인생은 더욱 드라마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에 발매되는 리팩키지 앨범에서는 P. Diddy가 피처링해 리믹스 버전으로 선보이고 있는데 그녀의 데뷔를 함께 한 그이기에 더욱 의미있는 트랙이 되지 않을까 싶다.

Dr. Dre가 프로듀싱한 트랙 ‘Family Affair’는 이미 앨범이 공개되기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곡으로 최고의 힙합 프로듀서 Dr. Dre와 최고의 여성 보컬리스트 Mary의 합작답게 정말로 타이트한 곡이다. 다소 업템포의 곡으로 파티 튠으로도 큰 사랑을 받을 트랙. 또 하나의 업템포 트랙인 ‘Dance For Me’는 Police의 ‘The Bed's Too Big Without You’를 샘플링한 곡으로 초판에는 Ahkim Miller가 랩을 담당했으나 리팩키지 앨범에는 [Like Water For Chocolates]로 유명한 랩퍼 Common이 그만의 플로우를 Mary의 멜로디에 얹어 선사하고 있다. 랩퍼의 이미지 때문인지 원곡보다 훨씬 매력을 발산하는 듯 하며 이 트랙은 마지막에 플래티넘 믹스 버전으로 훨씬 발랄한 느낌으로 리믹스 되어 다시 실려 있기도 하다. 역시 앨범의 백미로 꼽힐만한 곡인 듯. Mary의 어린 시절 우상이기도 했던 Al Green의 ‘Simply Best’를 샘플링하고 Lenny Kravitz가 도입부 기타를 쳐준 ‘PMS’는 Mary 본래의 보컬 색을 고스란히 담겨있는 트랙으로 부드럽고 깊으면서도 허스키함과 여운이 공존하는 그녀의 보컬 라인이 매우 중독적으로 느껴진다. 이번에 공개되는 리팩키지 앨범에서 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물은 Ja Rule이 피처링한 ‘Rainy Dayz’이다. 한 인터뷰를 통해 Ja Rule이 밝힌 바대로 9월 11일의 대참사를 계기로 인생에서의 예상치 않은 시련을 노래하고 있는 이 곡은 지난 해 Jennifer Lopez와 Ja Rule의 듀엣만큼이나 괜찮은 반응을 얻어낼 것으로 보인다. Ruff Ryders를 대표하는 프로듀서인 Swizz Beatz의 트랙으로 그와 같은 식구인 Eve가 피처링한 ‘Where I've Been’은 여성들 특유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트랙이다. 그 외에도 초판 앨범 버전 그대로 실린 Mary J. Blige의 멋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Love’나 아주 끈~적한 ‘He Think I Don't Know’, Missy Elliott의 트랙인 ‘Never Been’, The Neptunes가 프로듀싱한 ‘Steal Away’ 등은 여전히 앨범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No More Drama]는 음악적인 면에서 여타 어린 싱어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Mary J. Blige의 음악 인생을 그대로 느낄 수 있기에 큰 의미를 가진다. 그간 지속된 자신의 커리어를 이번 기회에 재정비한다는 의미로 봐도 좋을 만큼 많은 뮤지션들과 합작을 했고, 또 새로운 기운의 입김을 충분히 불어넣고 있으니 말이다. 데뷔 앨범이 발매된 지 벌써 10년. 이제 매너리즘에 빠질 법한 시기임에도 Mary의 음악은 지칠 줄 모르고 있다. 그녀 스스로 이 앨범을 [No More Drama]라 칭하고 있지만 높고 낮음, 평지와 비탈이 적절히 배치된 음악, 그 안에서 익을대로 익은 Mary J. Blige의 노래는 더욱 드라마틱해 졌다. 새로운 트랙이 추가되어 공개되는 리팩키지 앨범을 통해 또 한 번 그녀의 드라마를 접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큰 행운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