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Il Giro Del Mondo Degli Innamorati Di Peynet(페이네 사랑의 세계 여행) (from Il Giro Del Mondo Degli Innamorat
02. La Califfa(라 카리파) (from La Califfa)
03. Belinday May(베린다 메이) (from L'alibi)
04. Scusi, Facciamo L'amore(스쿠지 화치아모 라모레) (from Scusi, Facciamo L'amore)
05. A Lidia(리디아) (from Scusi, Facciamo L'amore)
06. Chi Mai(치 마이) (from Maddalena)
07. Veruschka(베루슈카) (from Veruschka)
08. Barbablu'...romantico(푸른 수염...사랑의 테마) (from Barbablu')
09. D'amore Si Muore(사랑에 죽다) (from D'amore Si Muore)
10. Theme Classique(테마 클래식) (from Le Marginal)
11. D'amore Si Vive(앤섬블루) (from Matrimonio Con Vizietto)
12. Viaggio Con Anita(아니타와 새끼 고양이와) (from Viaggio Con Anita)
13. La Ragazza Del Padre(파드레의 딸) (from Viaggio Con Anita)
14. Unconscious Happiness(행복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from I Ladri Della Notte)
15. Viaggio Secondo(2번째의 여행) (from Il Diavolo Nel Cervello)
16. Alla Serenita'(당신을 생각하며) (from La Donna Invisibile)
17. Ricordo Rosa(추억의 장미) (from Il Ruffiano)
18. Un Pomeriggio Solo Mio(나만의 오후) (from Il Ruffiano)
19. Sentimental(센치멘탈) (from I Come Icaro)
20. Acido E Charme(산(酸)과 매력) (from Trio Infernale)
21. Federico E La Sua Solitudine(페데리코와 고독) (from Questa Spcie D'amore)
22. Angela E Valeria(안젤라와 바레리아) (from La Venexiana)
23. Forse Basta Solo Un Fiore(다만 한송이의 꽃으로도 충분) (from Il Giro Del Mondo Degli Innamorati Di Peyent)

 

언제나 사랑으로 회귀되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들,
LOVE MORRICONE

일흔 다섯 살이라는 나이. 그래, 손주 재롱을 보며 자연을 벗삼아 운신을 드리울 그 나이에, 엔니오 모리꼬네의 보폭은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 평생을 거쳐 영화와 음악에 헌신했던 인물. 400편 이상의 영화에 선율을 입혔을 정도로 다작을 과시했지만 늘 일정한 수준의 멜로디를 쏟아냈고, 고향인 이탈리아와 헐리웃, 그리고 프랑스와 스페인 등 세계 곳곳을 오가면서 원기왕성한 창작력을 보여줬던 엔니오 모리꼬네.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처럼 셀지오 레오네 감독과 작업했던 마카로니 웨스턴의 걸작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처럼 비장함이 깊은 우수로 드리워지는 옛날 옛적 시리즈, [시네마 천국]을 필두로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과 함께 풀어낸 영화를 향한 동경, 천상의 선율로 종교적인 숭고함을 전해주던 [미션], 그리고 운명적인 사랑이 크리스마스 기적으로 맺어지던 [러브 어페어] 등 엔니오 모리꼬네는 가슴을 적시는 서정적인 멜로디로 스크린에 향기를 불어넣어 왔다. 정통 클래식 교육을 받은 재원답게 탄탄한 멜로디 라인에 가슴을 에이는 듯한 비감을 얹어 사랑을, 슬픔을, 인생을 속삭였던 것이다. 게다가 이탈리아 출신답게 오페라와 칸초네, 민요와 같은 풍부한 음악 자원이 모태가 됐으니 그런 특별한 감수성이 외국 작곡가로서는 가장 많이 헐리웃의 스크린과 입맞출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닐까?

재즈 트럼펫터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트럼펫을 힘차게 불었던 소년. 물론 6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했고, 산타 세실리아 음악학교를 불과 6개월만에 졸업했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전설도 떠돌지만, 그것은 모두 이 엔니오 모리꼬네가 비범한 천재임을 증명하는 진실 혹은 소문들. 작곡가로 꿈을 키우던 그에게 어느날 특별한 프로포즈가 시작된다. 바로 셀지오 레오네 감독과의 운명적인 만남. 그리고 1965년 셀지오 레오네 감독과 손잡은 영화 [황야의 무법자] 덕분에 엔니오 모리꼬네의 인생은 눈부시게 전복된다. 두렵고 설레는 마음에 차마 자신의 본명을 적지 못하고 ‘레오 니콜스’라는 가명으로 크레딧을 채웠던 데뷔 시절. 하지만 엔니오 모리꼬네는 그 설레는 데뷔작에서부터 혁명을 시도한다. 당시로선 획기적으로 휘파람 소리, 전기 기타의 울림, 하모니카의 암울한 사운드, 그리고 여성의 스캣송 등을 이용해서 실험적인 도전을 감행했던 것. 그의 색다른 실험과 시도는 영화음악계에 충격을 가져왔지만 그것이 영화음악의 경계를 한 뼘 더 넓혔다는 데는 그 누가 이의를 달 수 있을까?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을 이해하는 키워드. 첫째, 쉽고 단순한 멜로디라는 점. 그래서 한번만 들어도 흥얼흥얼 따라 부르게 만드는 매력으로 가득하다. 둘째, 서부의 황량함, 대공황의 뉴욕 풍경에서 느껴지는 적막함과는 대립되는 우아하고 서정적인 선율로 비감어린 향수를 펼쳐낸다는 것이다. 총잡이들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흩어지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눈부신 멜로디... 그래서 더욱 잊을 수 없다. 마치 가슴속을 통과하는 바람처럼 서늘하다. 세번째, 400편 이상이라는 작품 목록처럼 다양한 작품에 헌신했던 만큼, 그가 손댄 영화는 그 작품성이 천차만별이다. 그 중에는 B급 에로영화도 있고 천박한 호러물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음악의 마에스트로라고 해서 언제나 마스터피스만을 내놓은 것은 아니라는 점, 기억하자. 게다가 우린 마카로니 웨스턴에 관한 고정관념 때문에 엔니오 모리코네의 영화 상당수가 서부극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지만, 그의 말을 빌면 서부극은 그의 작품목록 가운데 고작 8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1년에 평균적으로 10편 가량의 작업. 최절정기에는 한해 20편이 넘는 작업을 기록하기도. 이렇게 다작을 하다 보니 간혹 비슷비슷한 멜로디에 식상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엔니오 모리꼬네는 특유의 노스탤지어가 배어 나오는 빼어난 선율로 우리의 식상함을 보기 좋게 와해시켜주기도 한다. 네번째, 그는 이상하게도 아카데미와는 인연이 없었다. 골든 글로브 수상작인 [미션], 그래미상에 빛나는 [언터쳐블] 등 전세계를 풍요롭게 채웠던 영화음악에도 불구하고, 다섯 차례의 노미네이트에서 언제나 쓴 고배를 마셨던 비운의 작곡가로 통한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그를 지켜보는 우리 팬들의 몫. 정작 본인은 그런 트로피와 명성 따위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일흔을 넘긴 나이에 여전히 세계 체스 챔피언을 꿈꾼다는 이 노장과의 만남이 언제나 반가운 것이 아닐까?

이 앨범 [love Morricone]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 가운데서도 ‘사랑’이란 테마에 집약되어 있다. 물론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은 그 자체로 너무나 아름다워 장르를 불문하고 우리에겐 언제 어디서나 사라의 선율처럼 들린다. 특히 이 앨범만의 독특한 점은, 우리에겐 다소 낯선, 이탈리아 영화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400편 이상의 작품량에 눌려 잊고 있었던 테마들만을 특별히 골라 놓았는데, 대부분 6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에 이르는 영화들이다. 그 음악 속엔 우리에게 익숙한 엔니오 모리꼬네 특유의 체취가 있다. 아름다움과 슬픔, 그리고 동경으로 메아리치는 선율들. 그만큼 [미션], [시네마 천국],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처럼 그 동안 익숙하게 접해왔던 영화음악에서 벗어나 엔니오 모리꼬네의 6,70년대의 족적을 확인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앨범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