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I Could Never Be A Soldier
2. Ship
3. A Dog With No Collar
4. Lady Lake
5. Same Dreams
6. Social Embarrassment


밋밋함이란 참 매력있는 말이다. 어찌 들으면 어딘지 물먹은 듯한 느낌이 날지도 모르지만 어디하나 튀지못하고 무선율적인 감정의 흐름이 연속되는 '밋밋함'에 한 번 길들여지고나면 되려 어딘지 모르게 더 손이 가게 된다.

사실 브리티쉬 록에는 이렇게 밋밋한 음악들이 꽤 많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제껏 라이센스 나온 음반 중에 그 예를 들어보면 Fantasy의 'Paint A Picture'를 들 수 있다. 사실 Fantasy의 경우도 현재 350파운드 (한화 약 43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음반이지만 브리티쉬 록에 익숙치않은 이들에겐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렇게 비싼가?'하는 의문을 자아내는 음반이며 실제로 필자 역시 그런 의문을 말하는 매니어들을 많이 보았다.

밋밋함이란 한 번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듣다보면 어느새 한두방울로 차곡차곡 쌓여온 컵 속의 물처럼 어느새 넘쳐버리게 되는 것이다. Gnidrolog 역시 처음 이 음반을 구했을때의 그 실망감은 사실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확실한 텐션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게다가 당시 필자에게 음악적인 도움을 주던 선배들의 혹평 역시 주체성없는 본인의 결핍된 음악관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였다.

'아무런 매력없는 그룹. Gnidrolog' ...내 머릿속에 박힌 그들의 첫인상은 겨우 이정도였다. 하지만 음악을 감상함에 있어서 인간의 이성적인 행위를 배제했을 때 느껴지는 감성적인 면만을 놓고본다면 감상에 있어서 느껴지는 느낌은 두가지 정도로 요약이 될 것이다. 첫 번째는 처음부터 격한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는 음악이고 두 번째는 처음에는 그리 강한 인상을 주지못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 마음속에 각인되는 음악 이렇게 두가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격정적으로 불타오르는 음악에 대한 매력은 사실 누구나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단번에 강한 인상을 주는 음악들이 어느정도 지명도를 얻는 것은 물론 그 음악이 훌륭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시간을 두고 들을수록 새록새록 매력을 느끼는 음반들에 대한 무시는 조금더 '기다리지 못하는' 성급함 탓이 아닐까...? 사실 밋밋함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된다면 상당수의 브리티쉬 록은 포기해야 한다. Spring에 대한 매력도, Fantasy에 대한 매력도, Quicksand, Room, Raw Material, Ashkan 등등... 물론 매우 강력한 인상을 처음부터 뿜어내는 명반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한 음반들로 브리티쉬 록을 단정짓는 것은 금물! 한 번 타오르면 땔감이 다 떨어져버리도록 맹렬하게 타오르는 매력뿐이 아닌 시종일관 지속되는 밋밋함 속에 어느덧 배어버리는 매력. 이것이 또다른 브리티쉬 록의 매력이다.

이들에 대한 자료가 워낙 없다보니 아무 도움도 되지못할 말들을 주절주절 올려보았다. 본 해설지에서 이들에 대한 상세한 바이오그래피를 전해드리지 못함을 먼저 사과드린다. 이들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다시피하며 자료에 관한한 '편집증'적인 증세를 보이는 일본인들마저도 그들의 CD에 자기들의 시리즈 선전만으로 땜질을 했을 정도로 베일에 쌓인 그룹이다.
심지어 이들의 두 번째 작품이자 본작인 'Lady Lake' 음반의 경우 뒷면에 이들의 사진만이 실려있을뿐 멤버들의 이름조차 실려있지 않다. 앞으로 Gnidrolog의 뮤지션들과 접촉을 통해 이들에 관한 자료를 얻을 수 있게 된다면 AR지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실어드릴 예정이다.

Gnidrolog

메이저 레이블인 RCA를 통해 72년 한해에 두장의 음반을 발매한 Gnidrolog은 데뷔앨범인 'In Spite Of Harry's Toenail'을 발매할 당시 Goldring 형제, Colin Goldring(Guitar, Vocal, Saxophone)과 Steward Goldring(Guitar)를 중심으로 Noel Pegrum(Drum, Flute, Oboe)와 Peter Cowling(Bass, Cello)로 구성된 4인조 그룹이었다. 이 음반은 매우 독특한 질감의 커버로 유명하며 이들의 마지막 작품인 본작과 사실 음악적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뛰어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2집과 마찬가지로 상업적인 실패를 거두고 말았지만 (Long Live Dead)라는 톱트랙은 어느 정도 인기를 얻었다. 동년도에 이들은 또다른 명작인 두 번째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 되어버린 본작을 발표한다. 리더인 Colin Goldring에 의해 전곡이 완성되었으며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에 하드록과 플륫에 색소폰 등의 관악기와 첼로가 가미되어 서정미와 헤비함이 공존하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작과 동일한 라인업에 사운드의 윤택함을 보강하기 위해 John Earle(Vocals, Wind), Charlotte French(Piano)를 영입시킨다. 이들의 데뷔작을 통해 드러난 다소 거친 이미지가 이 두명의 멤버를 통해 많이 부드러워진 듯한 느낌을 갖게되는데 멤버 개개인의 솔로 플레이보이 보다는 멤버간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한 인터플레이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특히 본작에는 톱트랙이자 대곡인 (I Could Never Be A Soldier)가 수록되어 있으며 비애어린 서정미가 극에 달한 (A Dog With No Collar)도 주목을 끈 트랙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곡들도 모두 훌륭하지만 톱트랙인 (I Could Never Be A Soldier)는 들을수록 질려버리는 곡이 아닌 들을수록 맛이 새로운 브리티쉬 록의 명곡임이 분명하다. 본작만을 발매하고 Gnidrolog은 해산하게 되지만 리더였던 Goldring 형제와 Pegrum, Earle은 모두 세션맨으로 활약을 하게되며 Bass와 Cello를 담당했던 Peter Cowling은 후에 Pat Travers Band의 멤버가 된다. 앞으로 BMG와 함께 발매할 시완 시리즈에는 그동안 높은 지명도를 얻었던 음반들이 즐비하게 준비되어있다. 이미 Trader Horne이 발매되었으며 빠른 시일안에 충격적인 명반 Comus의 데뷔작 'First Utterance'와 멜로트론 음향이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루는 Jonesy의 'Keeping Up'. 또다른 브리티쉬 록의 진수 Titus Groan의 음반 등등... 그간 발굴되지 못했던 브리티쉬 록 음반들이 기다리고 있다.

포크록이 아닌 록음반으로서 BMG시리즈의 첫 UK시리즈의 테이프를 끊은 Gnidrolog은 첫 주자가 될만한 충분한 음악적인 충만감을 선사할 음반으로 자신한다. 혹시나 한두번 들어보고 이들의 밋밋한 소리에 심심함을 느낀다면 시간이 좀 흐른 뒤 다시한번 감상해보기를 권한다. 역시 단번에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음반도 많지만 서서히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음반도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