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rologue
2. Part 1 방랑야인
3. Part 2 아명
4. 잃어버린 천국
5. Part 3 Glissang
6. Part 4 바람 코지
7. Epilogue

 

본작은 '서막(Prologue)', 'Part I 방랑야인(放浪野人)'. 'Part Ⅱ 암영(暗影)' '잃어버린 천국(天國)' 'Part Ⅲ 글리상', 그리고 종장인 'Part Ⅳ 바람코지' 'Epilopue' 이렇게 모두 6부분으로 이루어진 Total Concept앨범이다. '서막(Prologue)'은 영감의 탄생을 신비로운 교회의 종소리와 중후한 전자음향으로 상징하고 있다. 영감(Inspiration)이란 작곡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조윤... 그는 영감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음악은 나 혼자 만드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 곳에는 항상 +α가 작용한다. 음의 창조에 있어 나는 단지 다리 역할만을 수행한 것이다. 무엇인가 갑자기 떠오른다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다. 나는 결코 나 자신만이 이 음악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듯 그는 단지 음악을 만드는 도구였을 뿐, "영감의 주체인 신이 모든 음을 창조했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그의 음악적 영감이 시작되는 'Prologue'는 장엄함과 신비로움을 강조하고 있다.

'Part I 방랑야인(放浪野人)'은 커다란 천둥소리와 함께 전개된다. 맑은 전자음향을 기반으로 수도승의 주문소리를 Backward Masking으로 완벽히 처리한 초반부와 그 이후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맑은 기타음향은 마치 Ry Cooder의 기타주법을 연상케 한다. Pink Floyd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360도 서라운드 음향을 비롯, 고양이의 울음소리, 유리 깨지는 소리, 그리고 매서운 바람소리 등등 수많은 효과음을 동반하고 있다.

특히, 그의 딸 윤회의 옹알거리는 소리를 저속(Low Speed)으로 음향 처리한 부분은 어둡고 황량한 뒷골목에 내버려진 우리 외로운 인간들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부분이다. 이러한 효과음은 그가 아니고서는 결코 창출해낼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제작자인 필자의 고민은 조 윤의 아이디어가 너무 흘러 넘친다는 것에 있었다. 이 러한 아이디어가 과대하게 삽입되게 되면, 전체적인 곡구성이 자칫 흐트러지게 되고 산만하게되어 중요한 음의 줄기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방대한 음악적 아이디어 중에서 꼭 필요한 것들만 치밀하게 추려내는 것이 나의 커다란 임무였다. ('Part Ⅲ Glissang'의 경우 빗물소리를 비롯한 여러 음향효과들이 이러한 이유로 제거되었다.)

또한, 후반부에 전개되고 있는 Acoustic Guitar독주는 조 윤만의 독특한 음의 미학이 담겨 있다. 그의 주요 악기파트인 Guitar에 강한 감정이입이 들어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이러한 독특한 연주 기법은 본작 전편에 걸쳐 자주 등장하며, 굵은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3번째 트랙인 'Part Ⅱ 암영(暗影)'은 본래 다음 곡인 '잃어버린 천국(天國)'과 한 곡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나 '잃어버린 天國'의 독자적인 홍보를 위해 불가피하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아이고를 외치는 저음역의 불길한 수도승 주문소리와 함께 숭고한 여성 스켓이 대조를 이루며 드라마틱하게 전개되고 있는 '暗影 첫 번째 파트'는 전형적인 전자음악이다. 그러나 전자음악의 종주국인 독일의 것을 초월한다.
그러나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부분이 전혀 한국적이지 못하다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결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저음역의 스트링 파트를 국악기인 아쟁으로 대체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어렵게 섭외한 3명의 국악인들은 한차례의 세션이후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보수가 적었는지, 관심이 없었는지 아니면 자신이 없었는지 그들 모두 사라져 버렸다. 따라서 아쟁파트가 배제된 '暗影'의 절정부분은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는다."

'暗影'의 두 번째 부분 '잃어버린 천국(天國)'은 본작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요소를 지닌 작품이다. 이 곡은 국내 가요와 Progressive Rock의 접목을 시도한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Lisa Strike의 'Seat'을 담고 있는 Pink Floyd의 'The Great Gig in the Sky'와 비교될 수 있는 '잃어버린 천국(天國)'은 조 윤 특유의 심오한 가사와 독특한 멜로디 라인을 기반으로 객원 싱어 성 마리의 아름답고, 호소력 넘치는 놀라운 가창력을 만끽할 수 있다. 만약, 본작이 상업적 성공을 거둔다면 바로 '잃어버린 천국(天國)' 때문일 것이다.

어느 날 조 윤은 중고 만돌린을 하나를 헐값에 사 가지고 나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필자도 중학교 시절 짧은 기간이었지만 김 영(現 동아기획 사장)씨의 2층 다락방에서 만돌린을 배운 적이 있었기 때문에 만돌린의 특성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다.

만돌린이 어떻게 그의 음악세계와 조화를 이루어 낼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은 'Glissang'이 완성된 후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그는 뛰어난 엔지니어이기에 앞서 여러 악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재능꾼이라는 것을 여실히 확인시켜 주었다.

'Part Ⅲ Glissang'은 조 윤이 꿈속에서 듣게 된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방언적인 것)이다. 혹시 이 단어가 Stockhausen의 초창기 작품 'Gesang der Junglinge(젊은이들의 노래)'나 'Glissang(활주주)'. 또는 'Gleisen(무궤도의 전차)'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닐까 ? 물론, 그는 해설자의 추측을 "글쎄요?" 라는 한마디로 일축시켜 버리지만, 이 곡의 제목은 독일어와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이 곡에 담겨있는 市場의 정다운 소리는 옛날을 의미한다. 즉, 주인공의 어린 시절-출발시점을 암시하며 무지 개, 꿈. 이상을 쫓는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있다. 여기에 휘파람 소리는 유혹을, 그리고 빠른 템포의 기타 스트록은 자기 꿈을 쫓아 달리는 젊은 세대를 상징하며, 만돌린 소리는 회상, 그리 고 신디사이저 부분은 성숙한 인간들의 자격상실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Backward Masking으로 처리된 보컬부분은 주인공이 깨닫는 부분이며 우리들에게 인생무상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끝으로 Subway효과음은 현실세계를 나타낸다. 이 곡을 녹음할 당시의 일화로, 조 윤은 남성 보컬리스트 김 산을 만취시켜 그가 내뱉는 한탄의 소리들을 녹음했다.

물론, 그 내용 속에는 듣기 거북한 욕지거리들도 있었다. 이 부분을 Backward Masking으로 처리했으나 의외로 매우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거꾸로 녹음했는데 그 욕지거리들이 더욱 생생하게 들리는 것이 아닌가 결국, 그 부분을 삭제하지 않을 수 없었다.


'Part Ⅳ'는 바람이 몰리는 곳을 뜻하는 '바람코지'라는 곡으로 본작의 결말부분(Epilopue)이다. 즉. 주인공이 아득한 부분으로 떨어지는 것을 묘사한 작품이다. 이 곡의 녹음을 위하여 무려 6개월 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했었던 조 윤은 보컬리스트인 김 산을 연습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읊조리는 그의 보컬은 전혀 알아들을 수도 없었으며 쇳소리가 귀를 크게 자극시켰다. 결국. 쇳소리의 보컬 톤은 Filtering으로 걸러내었지만 그래도 보컬파트는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용은 러시아 소설가이자 드라마 작가인 Nikolai Gogol(1809-1852)의 [광인일기(Diary of a Madman, 1935년작)]로부터 영감을 얻었으며, 조 윤은 "모든 꿈이 깨져버리는 상황" 을 음악의 언어로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오스트리아의 소설가 Franz Kaflra(1883-1924)의 작품 세계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해할 수 없는 악몽의 세계 속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들의 운명"을 이 곡에서 크게 강조하고 있는 듯 싶다. 이러한 내용과 더불어 세상은 진행형(ing)이며 혼돈 속에서 인간은 자기의 믿음을 중요시해야 된다는 것과 인간은 거듭나야 된다라는 교훈을 담고 있는 곡이다.

울부짖는 보컬파트와 통기타 부분은 운명이 다가오는 것을 암시하고 있으며, 또한 그것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극적으로 표출시키는 부분이기도 하다. 가사 속의 어머니는 감성을 뜻한다.

'Part Ⅲ'에서 주인공이 반항적이었던 반면 'Part Ⅳ'에서는 운명에 순종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중반부의 거치른 숨소리와 그 위를 날아다니는 건반파트는 광인적인 것을 묘사하고 있다. 즉, 옛 것 을 고집하는 미치광이 노인, 죽음에 다다른 허약한 인간과 죽음이라는 현실의 압박감을 나타낸다. 그리고 곧바로 등장하는 Electric Guitar부분은 현실로의 귀환을 상징한다.

그후 앞에서 등장했었던 여러 효과음들이 또다시 도입됨으로써 윤회적인 것을 암시하고 있다. 수도승의 소리가 커지면서 서서히 크라이막스에 오르게 되고, 뇌를 관통하는 한발의 총소리로 절정에 도달한다. 이 총소리로 본작의 주인공은 죽음을 맞았지만. 우리들은 죽었다 다시 살아난 기분으로 새롭게 살아 나갈 수 있으리라...

모든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 속에 있는 것 ? 이것이 바로 조 윤이 본작을 통해서 강조하고 있는 Key Point이다. 그리고 "우리가 죽더라도 세상은 돌아간다는 것 그는 끝 부분에서 이것 을 굴레소리로 표현했다. 마치 음반의 마지막 홈을 반복해서 달리고 있는 바늘처럼...

앞에서 서술한 것처럼 그와의 만남 그리고 본작의 제작에 대한 이야기들은 마치 상투적인 연속극이나 3류 소설과도 같다. 그러나 그와 같은 순수하고 재능있는 뮤지션이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으로 다행스럽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작품을 들으면서, 본작을 제작하면서 나는 "음악은 물리적으로 시작되어. 예술로서 끝을 맺는다"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