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은 이번에 데뷔앨범을 발표하는 그룹이지만, 사실 홍대 앞의 클럽들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미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대전에서 결성되어 서울로 올라온 지도 벌써 10년이 가까워지는 팀. 그 사이 연고도 없이 그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위해 함께 올라온 동료들 가운데에서 이제는 기타를 맡은 박경원과 보컬의 강성희 이렇게 둘밖에는 남지 않았다.


결성 초기에 사이키/하드락을 추구하던 음악성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던락으로 변모했고, 처음으로 발표하는 음반을 통해서는 여러 장르를 포용하는 어쿠스틱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모두,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자하는 두 멤버의 열망 때문이었다.


"하고싶은 게 많아서 그럴 거예요. 좋아하던 음악도 많고... 사실 지금까지 해 왔던 음악을 음반에 담으려면 무척 쉬운 과정이 되었겠죠.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어쿠스틱 음반이라서 듣는 입장에서 본다면 무척 편안한 음반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음반을 녹음하는 과정은 사실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이후로 가장 많은 연습을 했던 시기였어요."


무작정 (연출이 없고, 손가락 끝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매력이 좋아서) 어쿠스틱 음반을 만들려 기획을 했던 것이 작년 가을. 처음에는 왜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고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하냐며 만류하던 주위 사람들이 조금씩 인정을 해 줄 때 보람을 느꼈다고…어쿠스틱 음악이라고는 하지만, 포크라는 한 장르에 국한되는 것이 싫어서 예전에 락 음악을 만들 때와 같이 우선 라인을 만들고 그 속에서 아기자기한 어쿠스틱만의 매력을 뽑아냈다.

01  Always you          

02  멀리서          

03  슬퍼하고 있나요          

04  내 그리운 사람아          

05  Love is          

06  B.1          

07  사실은          

08  갈매기          

09  널 위한 시          

10  Sunset...Cafe          

11  아버지          


장르보다는 느낌을 중요시한 수록곡들은 소프트락, R&B, 보사노바의 느낌이 공존하며 적당한 텐션감을 유지한다. 기타를 맡은 박경원의 경우 이미 10년 이상 기타연주를 해 왔지만, 이번 음반작업을 통해 손가락의 굳은살을 몇 번이나 떼어낼 정도로 연습에 몰입했고, 락적인 샤우트 창법에 익숙해 있던 강성희는 섬세한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몇 번이나 고쳐가며 녹음을 다시 했다. 계속되는 녹음과 연습의 과정 속에서 "우리가 이것 밖에는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했지만, 일렉트릭 기타를 사용하지 않고, 보다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담으려는 욕심은 끝까지 꺾지 않았다. 고집스런 녹음 덕분인지, 음반의 퀄리티는 기대 이상이다.


마치 LP시대의 앞면과 뒷면을 구분하듯이 [Spring]과 [Autumn]섹션으로 나누어 느낌이 비슷한 다섯 곡씩을 묶었고, 스튜디오 라이브라고 할 수 있는 원테이크 녹음 [아버지]를 보너스 트랙으로 삽입했다.


세상 모든 일들이 그렇지만, 음악 역시도 아는 것은 하나인데 열을 표현하는 뮤지션이 있고, 열을 알면서 하나를 보여주는 뮤지션이 있다. 물론 어느 편이 더 나은 뮤지션인지는 음악을 접하는 청자들이 규정지을 문제겠지만, 어쨌거나 라일은 후자에 속하는 뮤지션이란 사실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