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 Million Miles Away
2. The Love Of A Woman
3. Blue Smoke
4. I Don't Wanna Go Home
5. December Dream
6. Magentalane
7. At The End Of The Rainbow
8. Mrs.toad's Cookies
9. Maybe I'll Move To Mars
10. Magentalane (...it Feels So Good)


 

새하얀 겨울의 낭만 Decembeu Dream 의 추억
크라투 만큼 영국의 슈퍼 그룹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던 그룹은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에 심야에 흘러 나왔던 이들의 곡은 아직까지도 폭 넓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 이르다 보니 자연히 이들의 음반은 국내 팬들의 표적이 되었다.

미국의 여러 레코드 카탈로그에서는 이들의 2 집인 [Hope]를 semi-progressive rock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정도로 클라투의 앨범은 외국의 마니어들에게 는 그다지 크게 어필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클라투의 데뷔 앨범과, 특히 2집은 아트록 마니어 뿐만이 아니라 일반 음악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동화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데뷔작과 한편의 흑백 기록 영화를 감상하는 착각을 일으키는 수려한 쟈켓의 2집, 비록 파퓰러한 감각으로 가득했지만 언제나 캐나다의 싱그러움을 전해주었던 3.4집 등 국내 아트록 팬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연이 담겨 있는 작품들이었다.

광화문의 한 레코드 가게에서 이들의 데뷔작이 라이센스화 되었다는 자그마한 종이가 붙어 있는 쇼 윈도우 위로 빼꼼히 얼굴을 내비치고 있었던 데뷔작의 커버는 아마도 평생을 잊지 못할 것이다. 당장 들어가서 내 손에 들어올 수 있었던 데뷔작을 한참이나 앞뒤로 돌려가며 정말 라이센스인지 확인했던 그 모습,, 주인 아저씨께서 원판 아니고 정말 라이센스 앨범이니까 믿기지 않으면 원판 살 돈으로 몇 장 더 사가지 그래? 하시면서 농담을 하시던 기억들이 새롭다.

그래서 어릴 적에 들었던 앨범들이 좋은가보다. 나이는 얼마 먹진 않았지만 이런 음반들 을 들여다보면서 입안 가득히 웃음을 지울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너무나 좋다. [Hope]의 앨범을 구했을 때에는 잠을 제대로 못 잤던 기억도 난다. 아,, 그 행복함이란,, 헤이즐넛 커피의 향보다, 애인이 바른 향수의 잔잔한 내음과는 또 다른 향그러움이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76년 데뷔작을 공개했을 때, 이들을 둘러싼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비틀즈가 재결합을 해서 내놓았다는 풍문이 제일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로 인해 이들은 라디오 방송을 비롯한 전파 매체를 타면서 그런 소문은 계속해서 퍼져 나갔다.

결국 4집이었던 [Endangered Species]를 통해서 공개되었던 멤버 이름으로 인해 그 소문은 일단락 되기는 했지만 하여간 아직껏 베일에 싸여 있는 그룹임에는 틀림없다. 1951년 공상 과학 영화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에 등장했던 우주 방문객의 이름에서 그룹 이 름을 따왔다는 것과 John Woloschuk, Dee Long 그리고 Teny Draper의 트리오로 이루어진 팀이라는 것 이 알려진 내용의 전부였다.


76년 동명 타이틀의 데뷔작에 이어 77년 불후의 명작인 [Hope], 78년의 [Sir Army Suite], 80년에 발매되었던 [Endangered Species]에 이어, 1981년에 본작 [Magentalane]이 공개되었다. 우선 전체적으로 이 작품에 대한 평가를 내리면 데뷔작과 2집의 전통을 이어 받은 아트록적인 요소는 적지 만 3.4집의 파퓰러한 감각을 좀 더 세련되고 이들 특유의 감각으로 처리했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1,2집 이 초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라면 이번 작품은 3.4집 그리고 80년대 캐나다의 아트록을 대변할 수 있는 앨범으로 생각할 수 있다.

경쾌한 리듬의 첫 곡 'A Million Miles Away'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 두드러질 만큼 눈에 띠게 스트링 오케스트레이션 반주가 돋보이는 'The Love Of A Woman', 갑자기 등장하는 씨타 사운드가 신선한 느낌을 주는 'Blue Smoke'는 마치 T.Rex의 산뜻한 리듬이 연상된다. 색다른 비장의 카드랄까? 하여간 블루스 록 적인 전개가 인상적이다.

클라투 특유의 하모니와 연주가 뛰어난 'I Don't Wanna Go Home'에 이어 이 앨범의 백미인 'December Dream'이 흘러나온다. 언제 들어도 자꾸 들어도 또 듣고 싶은 이 곡은 초창기 히트곡들과 어깨를 견주어도 전혀 손색없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곡이다. 캐나다 그룹 특유의 정갈하면서도 품위 있는 분위기와 적절한 스트링 오케스트레이션, 뚜렷한 곡 전개 방식 등 어느 하나 흠 잡을 구석 없는 뛰어난 곡이다. 하얗게 쌓인 눈 위에다 첫 발자국을 내딛는 신비감과 그 신발에서 느껴지는 뽀드득 하는 상큼한 감각이 한데 어우러지는 작품이다.

'December Dream'의 아름다움을 지속시켜 주는 타이틀 곡 'Magentalane', 데뷔작에서 볼 수 있었던 천진난만함이 엿보이는 'Mrs. Toad Cookies', 마치 Alan Parsons Project의 객원 싱어 Colin Blunstone을 연상시키는 보컬의 곡 'Maybe I'II Move To Mars', 클라투만이 할 수 있는 또 한번의 즐거움을 감상 할 수 있는 'Maganetalane'의 후렴부가 등장하는 'Magentalane(..it feels so good)'으로 앨범은 마감된다.

명반이란 그리고 수작이란 언제 어디서든지 누구를 막론하고 감동을 주게 마련이다. 난 이번 클라투 음반의 해설지를 쓰면서 그런 행복감을 또 한번 느껴본다. 마치 창 밖에 소복히 내린 눈을 보며 따뜻한 차 한잔에서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작은 편안함의 운치를...

글/이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