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억이 있는 과거로의 여행
2. 태고의 별
3. 태고의 가락을 느껴보다
4. 찬란한 계절 한가운데
5. 먼 나라 이야기
6. 언젠가 본 적 있는 바람
7. 기억의 샘
8. 일요일의 소녀
9. 양지바른 곳
10. 스쿨 데이즈

자켓 일러스트레이터 : 게임소프트 ‘파이널 판타지’ 비주얼 컨셉, 무대미술 등을 담당한 아마노 요시타카.


피아니스트 나카무라 유리코와 바이올리니스트 츠루 노리히로가 함께 빚어낸 듀엣 프로젝트
3부작 중 국내에서 2번째로 발매되는 작품 BEGINNINGS (비기닝스)

이렇게 아름답고 감미로우며 애상적인 연주곡을 뭐라고 이름 붙여야 할까.

사실, 음악은, 듣는 사람 각자가 자기 식대로 느끼고 감상하면 되는 것이고, 이 음악은 어떤 스타일 혹은 장르라고 범주화하는 것은 순전히 ‘편의상’ 이루어지는 지극히 부차적인 작업에 불과할 뿐이다. 더구나 요즘 같은 크로스오버(Crossover), 퓨전(Fusion)의 시대에는 음악을 범주화하는 작업이 더더욱 힘들고 무의미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필자 역시 오랜 관행(?)에 이미 젖어 있다보니 음악을 들으면 우선 ‘범주화’하는 습성을 쉽게 떨쳐버리지는 못하는 듯 하다. 뉴 에이지(New Age)? 한때 각광받던 이 용어는 이제 어느덧 올드 패션드(Old-Fashioned)한 단어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이제 이 용어를 얘기하는 사람도 거의 없을뿐더러 대표적인 뉴 에이지 피아니스트로 불렸던 야니 스스로 자신의 음악을 ‘어덜트 컨템퍼러리 인스트루멘틀(Adult Contemporary Instrumental)’로 불러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좀 복잡(?)하긴 해도 나카무라와 츠루의 이중주 역시 이 용어로 불러도 괜찮을 듯 싶다.

어느덧 국내 음악팬들에게 꽤 익숙해진 일본 출신 여류 피아니스트 나카무라 유리코. 이미 지난해 국내에 소개된 2장의 앨범, JOURNEY INTO PRECIOUS TIME(꿈속의 시간 속으로)과 BLESSED DAYS(아틀리에의 휴일) 등에서 감미롭고 편안한 연주를 들려주었던 그녀. 화가인 아버지의 예술적 감성을 그대로 이어받아 일찍이 자신의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고 지난 1987년부터 자신의 앨범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펼쳤던 관록의 피아니스트다. 그리고 츠루 노리히로. 나카무라보다는 좀 낯선 이름이지만 알고 보면 나카무라의 음악과 함께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와 있던 바이올리니스트. 나카무라와 마찬가지로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시인, 어머니는 성악가였다고 한다. 이미 지난 1987년부터 독집 앨범을 발표하며 활발한 음악 활동을 펼쳤는데 각종 영화와 비디오, 다큐멘터리의 배경음악을 작곡하면서 자신의 음악 세계를 넓혀 나갔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나카무라 유리코, 첼리스트인 마에다 요시히코와 함께 프로젝트 그룹인 어쿠스틱 카페(Acoustic Cafe)'를 결성하여 꾸준히 활동 중. 나카무라와 토시(전 X-Japan 멤버) 등의 아티스트의 프로듀스, 편곡, 엔지니어, 에세이 집필, 라디오 방송 진행 등 폭넓고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나카무라와 츠루, 이 두 명의 아티스트가 함께 한 듀엣 프로젝트, SCANDINAVIAN LYRIC 3부작-GEMINI(현재)·BEGINNINGS(과거)·PROGRESS(미래)-중 2번째 작품이 바로 이 앨범, BEGINNINGS다.

‘과거’를 테마로 한 앨범 BEGINNINGS는, 첫 인트로부터,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인 ‘현재’를 테마로 한 GEMINI와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듣는 이를 숙연케 하는 장중한 인트로와 낮게 깔리는 영어 내레이션 때문일까. 첫 곡 A Journey into the Remembered Past는 ‘기억이 있는 과거로의 여행’이라는 타이틀답게 한없이 저 멀리 과거의 기억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환상과 추억 여행이라고 할까. 그것도 마냥 감미롭고 달콤한 것이 아닌, 뭔가 아픔과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듯한. 샤프한 바이얼린 연주와 환상으로 인도하는 플루트 연주가 빚어내는 기분 좋은 긴장감. 나카무라 유리코가 작곡한 Ancient Stars(태고의 별)은 첫 곡에서 느껴졌던 약간의 긴장감을 어루만져 주는 듯한 나카무라의 따뜻하고 감미로운 소품이다. 다시 시작된 플루트의 향연, 츠루 작곡의Encased in Ancient Air(태고의 가락을 느껴보다). 츠루의 바이올린 연주는 듣는 이의 감성을 찌르는 묘한 향수와 애수를 동반하고 있다. 뒤를 잇는 In the Brightest Season(찬란한 계절 한가운데)은 ‘찬란한’ 타이틀답게 편안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편안한 느낌의 플루트와 어쿠스틱 기타 연주, 푸근한 첼로 연주, 앞에 나서지 않는 바이올린, 피아노 연주 그리고 여성 코러스까지, ‘찬란한 계절’ 그 자체이다. 나카무라 작곡의 Faraway Tales(먼나라 이야기)는 역시 타이틀처럼 아련한 향수와 애수를 전해준다. 아스라한 그 먼나라의 슬픈 전설처럼. 츠루의 The Winds of the Past(언젠가 본 적 있는 바람)은 상쾌한 아침 바람처럼 상큼하고 투명한 작품이다. 다음 곡 The Fountains of Memory(기억의 샘)은 감성적인 어쿠스틱 연주와 가슴을 찌르는 바이올린 연주의 향연이다. 나카무라의 La Petite Fille de Dimanche(일요일의 소녀)는, 간간이 들리는 아코디온 연주 때문일까, 아니면 낮게 깔리면서 마음을 뒤흔드는 바이올린 연주 때문일까, 아니면 물방울 혹은 눈물방울처럼 느껴지는 그녀의 피아노 연주 때문일까, 애써 묻어두었던 저 깊은 곳의 향수를 끄집어내는 듯 하다. 나카무라의 다음 곡 A Place in the Sun(양지바른 곳). 그래 이젠 추억을 찾는 것도, 향수에 젖는 것도 잠깐 멈추고 아무 상념 없이 편안히 휴식하고 싶다. 이 곡의 느낌처럼. 그럼에도 감지되는 이 아스라함의 정체는...? 이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나카무라의 School Days(학창시절). 바로 앞의 곡 A Place...의 연장선 같은 휴식 같은 곡. 과거는 늘 아름답다고 했던가. 그 치열했던 고민은 아랑 곳 없이 늘 아름답게 기억되는, 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어 애틋하게도 느껴지는 ‘학창시절’이 이 연주곡에서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수록곡 해설

1.기억이 있는 과거로의 여행
유전자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로의 여행,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의 뿌리를 탐색해가는 여행입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과 선율은, 선조들이 보고 들었던 것, 아득히 먼 그때의 이야기를 엮어 갑니다.

2. 태고의 별
여행자의 길을 인도하고, 연인들의 운명을 바꾸고, 또한 수많은 신화를 낳으며, 때로는 예언자들 조차 놀라게 하였던... 저 신비에 가득찬 태고의 별, 저 먼 별로부터 도달한 빛을 사람들은 정녕 얼마나 숭상하였는가

3. 태고의 가락을 느껴보다
녹이 슬고 잡음 소리나는 오르골, 아름다운 플룻의 음, 고대의 모습이 느껴지는 민속항아리. 수많은 정경이 머릿속을 휘저으며, 그들은 무엇을 전해주려 하는 것일까?
어느덧 정경은, 투명한 精靈들의 차분한 춤으로 바뀌어 간다.

4. 찬란한 계절 한가운데
도시를 떠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상쾌한 공기 자연의 향기를 맡으며, 자연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아름다운 색상과 만난다. 결국 자연속에 둘러싸여, 원초적 생물로서의 즐거움을 느낄 때는, 역시 도시생활에 대한 부담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언젠가 사람은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돌아가지만, 정령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

5. 먼 나라 이야기
태어나기 전의 먼 옛날의 기억. 어느 나라인지, 어느 시대인지도 모른다. 안개 자욱한 새벽녁의 초원을 걸어가는, 병사와 요정.... 모두 행복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러한 지상의 낙원이었는지도 모른다.

6. 언젠가 본적 있는 바람
기억속의 정경, 눈에 보이는 것만은 아니지만, 그것은 향기일수도, 다양한 음 일수도, 그리고 머리카락을 휘날리게 하는 부드러운 바람일지도 모른다. 바람이 닿은 순간, 그 감촉에, 시간을 넘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그리운 感傷이 복받쳐 오른다.

7. 기억의 샘
사람의 일생은, 모두 생각으로 머물게 하기에는 너무나 길어서, 마음에 각인하여 남기고 싶어도, 언젠가 색이 바래어 옅어져 간다. 기억의 샘에 이르러 양손으로 들어 올리려 하여도, 손가락 틈새로 빠져버린다.

8. 일요일의 소녀
회전목마, 카페의 파라솔, 파란 하늘, 소녀의 일요일은, 언제나 영화와 같다.

9. 양지바른 곳
파란 들, 꽃이 핀 언덕, 바다가 있는 마을.... 밝은 햇살과 환희에 찬 양지가 나를 언제나 사로 잡는다.

10.스쿨 데이즈(타이틀곡)
소설 속의 내가 좋아하던 페이지를, 몇번이나 몇 번이나 반복하여 읽었다. 꿈속의 이야기,신경 쓰이는 것들…시간 지나는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넘치도록 동경하고 수없이 상처 입으면서도, 언제나 꿈을 ?았다. 지금도 내 마음의 원점(비기닝스)에, 그 학창 시절의 나의 모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