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일 매일 매일 Everyday (feat. 방승철)
2. 마법의 유리병 Dreamer Of Myths (feat. 한희정)
3. 밝게 웃어요 Ladies And Gentleman, Smile! (feat. 송은지)
4. 곤양이 노래 Cat Song (feat. 조용민, 송은지)
5. 어디로 Where To Go (feat. 진선)
6.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As If Nothing Ever Happened (feat. 장경아)
7. Happy Birthday


물기 하나 없이 메마른 한겨울의 나뭇잎을 손에 든 느낌이랄까. 이 앨범의 첫 인상은 그랬다. 아, 어쿠스틱 앨범이 이럴 수도 있구나. 어쿠스틱이면 마냥 듣기 편할 거라는 편견이 은연중에 머릿속에 있었구나. 황보령의 어쿠스틱 작업을 간절히 기다려온 사람 중 하나인 내게, 이 앨범은 꽤 낯설고도 자극적인 기습이었다.

큰 틀에서 보면 그녀는 여전하다. 원형을 그리듯 단순하게 순환되는 모티브, 그리고 무심하게 툭툭 끊어내는 노래, 맥락보다는 이미지를 던지는 화법. 듣는 내내 사람을 끊임없이 긴장시키고, 언어를 서사적으로 나열하기보다는 공간에 붓질을 하는 듯한 느낌도 여전하다.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부드러운 흐름을 타는 곡도 마찬가지, 모두 어딘가 미묘하게 어긋나는 비트, 혹은 신경을 긁는 부분이 있다. 글로 치면 주어와 서술어의 위치를 일부러 생략하거나 흐트러트리는 식이다.

그럼 이 앨범을 특징짓는 것은 무엇일까. 크레디트에 줄줄이 찍힌 이름들 그 자체다. 황보령과 함께 했거나 함께 하고 있는 Rainbow99, 서진실, 조용민, 정현서, 진선이 참여했으며, 2집 '태양륜'의 프로듀서였던 장영규가 믹싱을 맡았다. 그 외에 작곡가 방승철, 타악기 연주자 원일, 싱어송라이터 무중력소년, 피아니스트 장경아, 첼리스트 이지영,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송은지, 심지어 한희정처럼 어지간해서는 접점을 찾기 힘든 이름까지 있다. 종합선물세트가 따로 없다.

이들의 흔적은 앨범 곳곳에 독자적으로, 선명하게 빛을 낸다. 그리고 황보령은 이 많은 손님들을 어떻게 맞아야 좋은지 처음부터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와는 불협화음을 조장하고, 누군가와는 자연스럽게 밀착하며, 또 다른 누군가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작곡가 방승철이 선물한 첫 곡 '매일 매일 매일'에서 황보령의 목소리는 참하다 싶을 만큼 순순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에서는 오히려 장경아의 맑고 처연한 피아노 뒤로 보컬이 한 발 물러서 있는 듯한 인상이다. 언어유희 (‘아저-씨발-냄새나’)와 송은지의 코러스가 기묘하게 뒤섞인 '밝게 웃어요'는 스튜디오 레코딩이 아닌 즉흥 퍼포먼스를 연상시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