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시간 - 174 분
언어 - 한국어
자막 - 한국어, 영어
화면비율 - 아나몰픽 와이드스크린 1.85:1 , NTSC
오디오 - 돌비디지털 5.1
지역코드 - 3

 

와일드 작가 이동화, [나두야 간다]의 줄거리를 이야기하다

저, 가난한 삼류소설가입니다!
A4용지 살 돈도 없지만 그래도 저는 순수소설을 쓰는 작가입니다. 첫 장편데뷔작인 [카프카를 만났다]를 출간해준 대석이네 출판사는 쫄딱 망했고, 마누라는 나날이 헐크처럼 변해갑니다. 얼마 전에는 마누라 손에 이끌려 택시운전사로 나섰다가 사람을 치고 말았습니다. 할 수 없습니다. 대석이가 말한 대필작가 일이라도 수용해야겠습니다.

깡패두목의 자서전을 쓰라니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자서전의 주인공이 우리나라 최대 조직 만철이파의 두목이지 뭡니까! 너무 놀라 오줌 쌀 뻔했습니다. 어쩐지 웬 현금을 그리 많이 주나 했습니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합니다. 회장실도 작업실로 내주고 차도 빌려주고 꼬붕도 붙여줬습니다. 그래도 싫습니다. 일 잘못하면 저세상으로 가는 수가 있습니다. 소리소문 없이 없어지걸랑 시화호에 묻힌 줄 아십시오. 요즘은 시화호로 잘 간답니다.

제가 우리 조직 관리 들어갑니다!
죽으란 법은 없나 봅니다. 대학 때 대자보 쓰던 실력으로 짭새들을 몰아냈습니다. 의도적인 건 아니었지만 오야붕의 목숨도 살렸습니다. 저를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쥐구멍에도 볕이 나고 무지개가 떴습니다. 허구헌날 날 무시하던 슈퍼주인에게 복수하는 맛도 쏠쏠하고, 조직이란 곳도 가까운데서 보니 만만해 보이고… 잘~하면 조폭문화도 혁신적으로 개혁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근데 오야붕이 요즘 여자한테 빠져 바쁩니다. 우리 조직 어찌 하오리까...

낭만 보스 윤만철, [나두야 간다]의 줄거리를 찌르다

보스는 아무나 합니까?
여기까지 오는데 손에 피 안 묻히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칼침 날아올지 모르는데 저라고 무슨 수 있습니까. 조직을 이렇게 키우려면 손가락에 피 안 묻힐 수 없습니다. 나름대로 피땀흘려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 대가족 되었으니 애들 데리고 오순도순 살랍니다. 그런데 사업을 확장하려면 자서전을 내는 게 좋다고 합니다. 어찌 합니까. 작가 한 놈 데려오라고 했습니다.

무슨 작가놈이 이렇습니까?
가방끈도 길고 허우대도 멀쩡한 게 괜찮은 놈 같았습니다. 돈도 적당히 집어주고 우리 막내들도 붙여주고 차도 줬습니다. 헌데 얘가 요즘 이상합니다. 지가 우리 식구인 줄 압니다. 술만 먹으면 실실 쪼개면서 제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려고 합니다. 좀 있으면 야자트자고 하겠습니다. 울컥하는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번 씩 듭니다. -.-+

우리 작가선생님이 소개시켜 준대요~
그래도 참습니다. 참아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우리 작가선생 후배 중에 연희란 아가씨가 있는데 저 한눈에 반했습니다. 요즘은 넋나간 사람처럼 그 여자만 생각합니다. 조직 일 잠깐 쉬면 어떻습니까. 우리 선생님 말처럼 고목나무에 꽃이 폈는데... 작가선생님이 다리 놔준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참기로 했습니다. 저는 지금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으니까요.